한국일보

기자의 눈/ “가는 말이 고와야…”

2010-0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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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취재 1부 기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이는 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 마음씀씀이에도 해당된다. 올바른 생각을 갖고 바른 말을 하는 이가 자신의 말로 인해 다른 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 또한 없을 것이다. 기자생활을 시작한지 3년째 접어든 지금의 시점에서 그동안 배운 점이 있다면 바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것이다.

여러 달 전에 취재 갔다가 모 기관의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위의 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외관상 기자가 어려 보인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다른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함부로 하대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기자 또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생각으로 강하게 대응했다. 가는 말이 곱지 않았기에 나오는 말 또한 곱지 않았던 것이다. 이같은 경우는 한인사회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상품에 하자가 생겨 물건을 반품해 달라고
가게에 찾아간 고객에 대려 윽박을 질렀다가 소비자 보호국에 신고를 당한 상점이 있는가 하면 일용직 히스패닉 직원들에 함부로 욕을 했다가 뉴욕주 노동국에 신고당한 사업주도 있다. 편해 보이거나 만만해 보인다고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예의를 지키지 않은 채로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그와 같은 대가를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처음 곱지 않은 말을 건 낸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잘 모르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노동국에 신고당한 한 사업주만 해도 그렇다. 노동국에 임금체불, 인종차별 등으로 신고를 당했어도 자신이 모함을 받았다며 신고한 노동자의 집까지 찾아갔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밥 먹는 직원들에게 상스러운 욕을 하고 일터에서 내내 히스패닉 직원에까지 한국말로 윽박을 지른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의 대화 끝에 신고한 노동자로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 듣고 잘못을 뉘우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마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을 것이다.

각기 다른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만나 사회에서 화합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서로 자신의 언행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면서 바르고 고운 말을 건낸다면 불필요한 분쟁이나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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