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안타까운 한인노부부 참극

2010-0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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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펠리세이즈 팍 거주 한인노인 부부의 참극 소식은 너무나 가슴 아프다. 70대 노인이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부인을 목졸라 죽이고 자신도 목을 매 목숨을 끊었겠는가. 한인이민사회 노인들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너무도 참담하다.

숨진 노인 부부는 4년전, 자식의 초청으로 미국에 와서 매우 힘든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인은 10년전 중풍으로 쓰러진 후 남편의 병수발을 계속 받아왔고 지난 1년전 부터는 남편도 암 진단을 받으면서 이들 부부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심한 우울증으로 수면제가 아니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들의 비극적 소식은 현재 미국에 이민와서 살고 있는 수많은 한인 노인들을 생각할 때 남의 일처럼 보여지지 않는다. 특히 노인들의 이민생활이 어렵고 힘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언어나 문화, 관습 등의 차이에서 오는 적응문제,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이유로 이민생활이 한국에서 보다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정상담 전문기관에 따르면 실제로 적응문제, 신체적인 질병에다 정신적 외로움까지 겹쳐 고통을 겪고 있는 한인노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노인우대 복지천국인 미국에서 노인들이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니 그것은 너무나 답답한 노릇이다. 문제가 생기면 상담기관도 있고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면 정부기관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병간호가 필요하면 홈 케어 제도 또는 양로원이나 너싱홈 같은 곳들도 있다. 문제가 있을 때 문을 두드리면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이번에 숨진 한인부부의 경우도 본인이나 주변에서 좀더 적극적이고 관심있는 태도로 임했다면 이러한 비극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주변이나 전문기관의 도움없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막다른 골목으로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 한다.타국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에게는 특히 가족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노인들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부모의 생활에 늘 관심을 갖고 잘 보살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후생활에 절실한 것은 본인의 적극적인 삶의 태도, 평소 마음 다스리기 등이다. 이런 참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상담기관이나 노인, 봉사단체들의 활동도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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