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국 SAT부정, 얼굴들기 부끄럽다

2010-0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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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그릇된 행위가 도를 넘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의 시차를 이용한 미 대학 수학능력시험(SAT) 부정행위가 지난 18일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한국에서 관련 시험 문제지 유출사건이 발생해 그 파문이 미국에까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루된 한국의 강사들이 체포되고 한국내 학원가에 대한 개입여부도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또 앞으로의 부정행위 차단을 위해서 한국시험의 보안강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
도 들린다. 이번시험을 포함 과거 치러진 시험에서도 부정이 확인된 학생들에 대한 미국대학 통보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전해진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까지 해서 좋은 학교를 들어가야 하는지 한국의 교육관행이 염려스럽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뤄야 할 시험에 어른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또 시험에 좋은 점수를 받겠다고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분명 한국인들의 사고와 사회분위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보여진다. 한국사회가 학생들의 적성이나 특기 보다는 무조건 좋은 성적을 받아 일류대학에 들어가야만 인정을 받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에 부응하다 보니 빚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미국속의 한인사회 속에서도 보이지 않게 싹트고 있다는 점이다. 한인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필요이상의 기대와 욕구가 이와 유사한 문제를 언제든지 유발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정당함이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잘못된 생각을 갖는다면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2세들에게도 정정당당한 실력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미 교육계에서도 한인학생들에 대한 미국사회와 학교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 그리고 한국인에 대한 불신감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 여파는 이곳의 한인학생들에게까지 보이지 않게 미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일어나기 않기를 바라며 이곳 한인부모들도 행여 편법을 써서 자녀의 성적을 올리거나 일류대학에 가려는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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