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어려울수록 현명해 지기를

2010-0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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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취재 2부 기자)

지난주 보험관계자로부터 편집국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 연말부터 뉴욕일대 보험인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한인남성과 연락이 됐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보험에 가입하겠다며 맨하탄으로 에이전트를 불러낸 뒤 즉시 돌아오겠다며 돈을 빌려 사라지는 수법으로 피해를 입혔었다. 피해 사례가 속속 접수되자 당시 찰스 김 보험 재정협회장 역시 우려를 나타내며 에이전트들에게 조심을 당부하며 공문을 보냈고, 언론에도 보도가 되는 등 이미 소문이 보험업계에 파다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남성은 에이전트들에게 접촉을 재개하다가 지난주 덜미가 잡힌 것이다.

현장에서 남성을 붙잡은 에이전트들 중 한명이 당일 오후 이 남성의 각서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친필로 작성한 그 각서에 따르면 6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그가 취한 총 액수는 500달러가 안 되는 현금이었다. 그 외에는 택시비, 식비 등 도주하면서 지불하지 않은 금액들이 피해액에 포함돼 있었다. 12월 취재 이후 2명이 추가돼 그 사이 피해자가 6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60이 넘은 한인노인이 의사로 사칭하면서, 아이들 핑계까지 대면서까지 벌여온 사기 행각치고
는 규모가 너무 소박해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아이들이 샤핑을 하고 있는데 지금 현금이 급히 필요하다는 둥,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카드를 받아 돈을 돌려주겠다는 둥 보험 에이전트를 약속장소에 남겨둔 채 떠나버렸던 그가 얻어낸 것 중에는 그저 한 끼 식사뿐이었던 날도 있었다. 얼마나 어려우면 돈 몇 푼을 위해 사기행각을 벌였어야 했나 싶어 안타깝기도 했지만 양심을 팔도록 부추기는 불경기가 원망스럽게 만든 사건이기도 했다.

사실 이 사건은 한인 업주들에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피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번번이 매장에 들러 1달러를 내고 몇 센트 되는 사탕을 사면서 20달러를 냈다고 우기는 손님부터, 매장을 둘러보고 버젓이 벌금을 내라며 돈을 요구하는 가짜 인스펙터까지 퀸즈일대 델리 및 그로서리 업소에서 들리는 피해 사례 역시 연말을 장식한 황당한 소식중 하나이다. 경기가 둔하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외신을 23일 접했다. 힘들 때라고는 하지만 다른 이
들의 것을 뺏어가기 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어낼 수 있는 정당한 방법을 찾아보는 현명함을 갖추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따뜻하고 희망찬 소식들이 피해자들의 하소연을 대신할 수 있기를 올 한해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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