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와 더불어 문화도

2010-0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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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훼이스 크리스챤대학 교수)

한국은 오늘날 세계15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명실상부한 경제 강국으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섰다. 금면 새해에는 서울에서 G20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한다. 이렇게 본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우리 이민사회도 날로 업그레이드 되어가고 있다. 우리 한인 이민사회에는 뛰어난 미래의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졸업시즌에는 중고교며 대학에서 우등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평소에도 학생회장 등으로 리더쉽을 발휘하는 등 한국의 재원들이 활약하고 있다.

연방정부에도 진출하여 대통령 고문이나 정부차관보로 발탁되어 북핵문제의 해결사로 활동하기도 하고 워싱턴DC의 교육감은 워싱턴포스트지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고 ABC-TV방송의 아침 인기프로의 앵카도 한국계다. 세계무대에 진출한 음악계와 연예계 인사도 부지기수며 정계에도 과거 연방하원을 비롯하여 지난해에도 주 상하의원이나 시의원, 시장으로 당선되고 있다.


지난 연말에 김연아의 세계 시니어피겨 그랑프리 파이날의 승전보는 금융위기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는 온 국민들과 해외교민들의 가슴을 열광과 환희로 적셔주었다. 일본인들을 가르쳐 그들이 올림픽을 개최했던 60년대 중반쯤이든가 경제동물이라 일컬었던 때가 있었다. 패전이후 한국전쟁으로 인한 특수경기의 혜택으로 갑자기 부흥한 그들이 관광깃발을 앞세우고 엔화를 뿌리며 세상 처음 구경나온 표류동물처럼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비하하여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작금 전화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의 발전상을 보려고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 여행업에 종사하는 한 지기가 전해주는 아주 고약한 소식이 있었다. 유럽쪽에서 온 관광객중 고궁이나 유적지를 관광하고 쇼핑을 마치고 나서 한국 안내자에게 물어보는 말이 있는데 “너희 한국에도 시나 문학이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참담하기 짝이 없어 기도 안찰 노릇이다.

우리가 아프리카 콩고나 태평양 군도의 섬나라에 가면 그곳 주민에게 그렇게 물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이조시대부터 이어 내려오는 주옥같은 시문학의 보고를 갖고 있고 현근대에 이르러서는 다재다능한 많은 문인들이 배출되어 훌륭한 정수가 될만한 글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한글로 된 책을 읽을 수 없고 영어나 현지어로 되어 있어야 읽어볼 수 있다. 그들이 우리의 책을 읽고나야 내용을 이해하게 되어 공감도 하고 평가도 하고 노벨상
수상감인지 비평도 하는 독자층이 형성될 것이다.일본은 이미 두명의 문학노벨수상자가 있고 물리, 화학, 의학분야에는 10여명이나 되는 수상자가 있다. 우리도 노벨문학수상자가 배출되었더라면 관갱객의 입에서 그런 무지막지한 말은 안나왔을 것이다.

금년 경인년에는 우리도 문학 등에서 노벨수상자를 배출하여 삶의 지평을 넓히고 국격도 높혀야겠다. 미국현지에는 영어로 작품을 쓰고 이미 상당한 평판을 얻고 있는 우리의 1.5세나 2세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해외공관이나 동포재단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작품을 기획성있게 번역 출간하는 생산적인 프로젝트를 계발해 봄이 좋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아이비리 대학강단이나 연구소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의 인사들이 기라성같이 펼쳐있다. 이들은 학자로서 과학자로서 염량세태에 끄떡 않고 권위있는 전문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아직도 우리들에게 무풍지대인 문학이나 과학 분야의 노벨수상자를 일궈내어 대외적으로 온 지구촌에 우리의 문화를 알려야 할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실적으로 노벨수상자가 되면 이는 먼저 자신의 성공이요, 나아가서 나라의 영예이고 민족의 광영이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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