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부 천사

2010-0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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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자유기고가)

한국에서 가수 김장훈이 한달 동안 광고로 7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현재 계약을 협의 중인 두 편까지 성사되면 ‘한 달여 만에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셈’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세 편의 광고료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독도를 홍보하는 1년치 광고비로 지출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기자들이 뽑은 2001년 최고의 선행 연예인이었던 김장훈씨. 가수 생활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자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시선을 돌렸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받지 못하는 어린이를 돕기 시작했다. 그 후 몇 년째 아동시설을 후원했으며 가출 청소년들의 손을 붙잡아주고 꿈을 이루는 일까지 손을 댔다.

이렇게 남을 돕는데 쓴 돈이 9년 동안 43억 여원, 아직 미혼이며 금년으로 43세가 되는 김씨가 보증금 5천만 원짜리 월세를 살면서도 다시 또 10억원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부한다는 것이다. 돈이 있어서 기부를 하는 게 아니라 기부액수를 미리 정해 놓고 그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기부 정신과 철학이야 말로 가히 기부천사라는 칭호를 받을 만하다. 그가 기부를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 의무적으로 많은 걸 돌
려줘야 된다는 생각이 항상 들고요.”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이 총각가수에게 남에게 다 퍼주고 노후에 무엇으로 살거냐고 묻자, “예전에 돈 없이 살 때도 행복했고, 돈이 많을 때도 꼭 행복한 건 아니었습니다. 노후 대책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고 했다. 정말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애국자가 아닐까. 작금 아이티 지진 피해상황으로 전 세계가 팔을 걷어 부치고 구호사업에 나서고 있는 모습은 그야 말로 눈물겹지 않을 수 없다.

고위층으로는 부시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즉각 개입했고 일선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구조대원들 까지 동참하여 동분서주하는 현장 소식 또한 감격스럽고 가슴 뿌듯하다. 속출하는 사망자와 부상자수를 제대로 헤아리기 조차 어려운 피를 말리는 참상을 필설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지만 이런 때에 우리 한인사회 전반에 걸쳐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구호성금 모금 운동과 높은 구조사업 참여도에 일조를 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과 전 한인 들의 이웃사랑과 박애정신에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하고 싶다. 어린아이들의 돼지통까지 동원되는 눈물겨운 구호사업이 전개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록 김장훈과 같은 큰 손의 기부천사는 되지 못할지언정 십시일반으로 작은 손이나마 우리 모두 뜨거운 인류애를 펼치는 작은 기부천사들이 되어 성금이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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