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테레사 효과

2010-0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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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취재 1부 기자)

‘테레사 효과’라는 말이 있다.
기부 또는 자원봉사를 하거나 이런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고양 효과’라고 불리지만 ‘테레사 효과’로 더욱 잘 알려진 이 말은 하버드의대가 평생을 가난한 이웃을 돕다 떠난 테레사 수녀에 관한 책을 본 사람들에게서 면역 물질이 50%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서 기인한다.지난 12일 규모 7.0의 강진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20일 또 다시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한 아이티 사고 현장의 모습은 암울함 그 자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0일 두 번째 지진으로 새벽잠을 자던 주민들이 소리를 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고 무너진 건물 잔해가 도로에 떨어졌다고 상황을 전했다.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국제공항은 하루 13대 정도의 민항기 착륙이 가능한 시설인데, 지난주 대지진 발생 이후 하루 평균 이·착륙 수요가 200편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게다가 활주로가 1개뿐이어서 미군 당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들어오는 구호물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약품을 실은 화물기가 공항에서 착륙을 거부당해 수술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지진으로 도로가 훼손되면서 의료용 구호품 보급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재산 및 인명 피해와 함께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바로 아이티 참사가 낳은 지진 고아들이다. 두 차례 지진으로 무려 10만 명의 아이티 어린이들이 부모를 잃었으며, 기존의 고아 수만도 38만 명으로 추산된다.


아이티 사고 현장 소식은 마치 도미노처럼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암울하고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우리는 ‘테레사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전 세계 구호 및 종교 단체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현재, 사고 현장에 직접 나가 의료 또는 피해 복구 작업에 임하는 사람들은 직접 자원봉사해서 즐겁고, 성금을 모아 필요한 단체에 기부하는 이들은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 또 후원 및 지원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진 못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이티에 전 세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지금 지구촌이 ‘테레사 효과’로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효율적인 구호 작업을 전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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