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리 가 본 2012년

2010-0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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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내과전문의)

미주 한인사회가 요즘 무척 시끄럽다. 한인사회의 분열을 막고 입만 열면 화합을 그토록 떠들어왔던 시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원색적으로 대놓고 상대방 비방에 열 올리고 있는 양상 때문이다. 원인분석에 나선 정치, 사회학 전문가들 말을 종합해보면 올해부터 실시되는 한국 국회의원 선거 참정권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분열 현상은 한국국회에서 해외동포 한국정치 참정권 부여 논의가 시작되자 물밑에서만 관심 표명되던 사항이 화산폭발처럼 한인사회를 뒤흔들고 있다는 시각이다. 약 이삼년 전부터다. 겉으로는 여론 눈치보느라 암암리에 논의 단계를 지나 행동단계로 옮겨진 차이밖에 없다는 것이다. 숨겨진 의도의 표출이 예를 들자면 아무도 관심 없던 단체장 출마 숫자의 점증이다.

무투표 당선이나 추대 형식으로 단체의 명맥을 이어가던 예전 현상과는 달리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이 한국정치 참여관심의 표명이 아니냐고 어느 전문가는 되묻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하 미주한인사회를 방문했던 각종 한국 정치인들의 말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하나같이 현지에서 착실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 애국행위라고 하던 그 말 때문이다. 속을 갖춘 표리부동의 자세가 이제는 숨길 수가 없게 되었다. 정치인들의 말이야 정치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정치적인 것으로 끝난 사실을 너무나 보아왔던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의문점이 많아 “가서 잘 살아라” 해놓고서는 궁핍한 살림 뜯어먹은 정치인 수가 몇 명이나 되는가? 많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한국정치계 인물이라면 무슨 칙사나 만나듯 대접하고 눈도장 찍어왔던 한인들의 의식수준도 문제라고 어떤 단체장은 꼬집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왜 한국에서나 해외에 사는 한인들이 그토록 정치에 목매는가? 단군 조선이래 900여회의 외침에 시달려온 한민족은 원래 내일을 모르는 불안심리가 근저에 5000년이 지나도 그대로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어느 전문가는 말한다. 옛부터 내려오는 사대부들이 떵떵거리며 살던 사회풍경이 그대로 오늘의 사회로 관통되어 현대의 사대부 곁에 있으면 떡고물이나 주울 수 있을 것이라는 공짜 심리가 작동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한몫 하리라고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장차 한인사회가 이 정치참여문제로 갈팡질팡할 것은 분명하다. 현지 정치참여
와 정치인 배출이 절체절명의 목적인 양 언론을 도배해왔던, 그리고 시민권 취득이 최우선 목표이다가, 시민권자는 한국정치 참정권에서 배제되어 버리니, 이런 이율배반적 사회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고 한인사회를 이끌어 갈 것인가? 커다란 난관으로 대두될 것이다. “우리는 남이가?”고 시민권자들이 한 목소리로 참정권 배제에 분노를 터뜨릴 때, 참정권이 빚은 사회양상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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