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별 인격×인구=국가 품위

2010-0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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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어린이들도 제법 친구를 알아본다. 착하다, 어려울 때 도와준다, 약속을 지킨다.... 가족 단위의 교류에도 선별이 있다. 화목한 가정, 가족이 다채롭다, 신용이 있다, 자녀교육을 잘 한다, 사치하지 않는다…. 하나의 국가에도 품격이 있다. 예의 바르다, 부지런하다, 절약한다, 철학적이다, 음악을 사랑한다, 문화 수준이 높다, 과학적인 사고를 한다, 공중도덕을 잘 지킨다… 말하자면 국가도 개성이 있다.

이런 국가의 개성을 ‘여성+어린이’의 일본, ‘남성+어린이’의 미국, ‘여성+성인’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남성과 성인’의 독일과 북유럽인 네 종류로 정의한 일본인 카와구치 모리노스케가 있다. 그는 기술경영 컨설턴트인데 한 나라의 기질· 그 나라의 여성·자동차를 일목요연하게 묶었다. 본인은 이 기질을 살리면 세계적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취지이지만, 나라의 분류 방법이 특이하고 재미있다. 한 나라의 개성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인상이고 품격이다. 한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문화의 흐름이고, 축적된 역사이다. 이것이 나라 안에서는 자연스럽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불평하지만, 반성의 자료가 된다. 그럼 한국인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요즈음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국격’이 있다. 나라의 품격·품위를 말한다. 반가운 현상이다. 우리는 국격이 높은 나라에 살고 싶은 까닭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졸부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긴 역사가 있다지만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칭찬이 아니다. 예술성이 풍부하지만 창조적인 면이 없고 모방을 즐긴다면 곤란하다. 자녀교육에 성의를 쏟지만 주로 상품화된 교육기관을 이용한다는 것도 거북하다. 국내의 정치는 향상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를 돕는 일에 인색하다면 이기주의라는 평을 들어 마땅하다.
우리들의 부모를 자랑하고 싶은 것처럼 자신이 속한 나라도 자랑하고 싶다. 자랑스러운 나라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도 자랑스러운 일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렇다면 ‘국격’은 어디서 구할 수 있나. 국격은 상품이 아니다. 비매품이고, 창작품이다.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조성하는 나라의 힘이다. 즉 각 개인의 개별적인 인격의 집대성이 국격을 이룬다. 한 사람의 착함, 부지런함, 절약함, 약속 지킴, 남을 돕는 마음, 창조정신, 개발정신, 미래지향적인 정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국격이 된다. 따라서 국격과 내 자신이 직결된
상태이다. 세계에는 국격의 높낮음이 있는 나라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 아무도 국격이 낮은 나라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 자신이 국격에 미치는 영향을 창출한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만약 현재의 국격에 만족할 수 없다면 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개인의 생각 범위가 거기까
지 미치지 못 하였거나, 노력이 부족하였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속의 한국 국격은 만족한 상태인가. 현재 만족한 상태가 아니라면 어떻게 부족함을 메울 수 있나. 이것이 과제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내에 살고 있지 않다. 국격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미국인이라고 외쳐도 별수 없다. 엄연히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계’가 붙어있는 한 우리도 한국 국격 상승 작업에 참여할 책임이 있다. 이 일은 어렵고도 쉬운 일에 속한다. 일상 생활을 착실하게 하는 것이다. 가족·이웃·지역사회의 생활인으로 규칙을 지키며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서로 협조하며 다른 나라 살림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인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평범한 일이 계속되면서 ‘한국계’의 이미지를 조성하게 된다. 그래서 ‘국격’ ‘국가 이미지’는 인격을 인구로 곱한 답이라는 이론이 성립된다. 개별적인 한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하는 소립자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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