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로하(Aloha)

2010-01-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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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길(수필가)

하와이 어딜 가나 ‘알로하’가 인사다. 섬이라 하기보다 하나의 큰 도시처럼 차가 붐볐고, 먹거리가 길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관광객으로 하루 종일 시내가 살아 움직인다. 기온이 화씨 80도 내외이지만, 습도가 없어서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여기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 섬은 두 개의 섬이 화산 폭발로 하나가 되면서 두 개의 큰 산맥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곳 진주만은 ‘진주조개(Pearl Oyster)’로 유명했다고 하며, 상어의 여신인 ‘카아후파하우
(Ka’ahupahau)’의 전설적인 집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부산항이나, 인천항 같이 거대하고 위풍당당해 보이는 항구는 아니다. 마마라 만(Mamala Bay)에서 내륙으로 들어 가는 좁다란 수로를 따라가면 가운데에 축구장만한 ‘포드 아일랜드’ 섬이 놓여 있고, 진주만 공격 시 그 주위를 따라 전투함들이 줄줄이 정박했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전투함 8대가 전부 폭파되었으며 그 중에도 애리조나 호가 크게 두 동강이 나면서 개펄 바닥에 1177명의 병사들과 함께 가라 앉고 말았다.

물에 잠긴 애리조나 호의 잔해 위에 애도를 표시하듯이 하얀 박물관(The
Arizona Memorial Museum)을 세웠는데, 매일 같이 1000여명이 세계 각처에서 관광을 온다. 과연 그 많은 관광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일본이 오키나와를 거머쥐고(1874), 청일전쟁에서 이긴 후(1894) 대만을 차지하고(1895), 러일전쟁의 승리(1904)의 기세를 몰아 한국을 합방시킨 (1910) 여력으로 만주국을 세웠다(1933).기세등등한 일본은 인도네시아까지 장악함에 미국과의 전쟁은 필연적이 되었다. 그렇지만 급강하 폭격기, 뇌격 기 등을 포함한 353대 전투기가 한 시간 만에 진주만을 휩쓸 수 있는 그런 기
습을 미국은 미처 몰랐다는 것이다. 진주만의 기습에서 운 좋게 피해 있던 3대의 미국 항공모함이 살아 있었기에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을 격파하고 전세를 전환시켜 2차 대전의 승리의 계기를 잡았다고 한다. 만일, 이 진주만 기습에서 미국이 그 3대의 항공모함까지 잃었더라면 일본에 두 손 들게 됐을 것이다. 만일 그랬더라면, 우리 영토는 영원히 일본 것이 되고 말았을 게다.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였다.

“기억하자! 진주만 공격”이 글 속엔 애절하게 애국심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핵으로 무장한 북의 적화 통일의 야망이 아직도 시퍼렇고, 야수들에게 포위된 토끼 꼴인 우리 지세요 형편인데, 대원군의 척화비 같은 ‘자주자립(한미연합사 해체)’이 우리를 지킬 수 있을까.
미국의 덕에 우리는 해방을 찾았고, 6.25의 공산 남침에서 구원을 받았다. 또한 그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와이 큰 섬(Big Island)에서는 진주만의 충혼(忠魂)인지 악에 받친 듯이 ‘우르릉’ 소리를
지르며 시뻘건 용암을 매일같이 뿜어내고 있다. 여차하면 불벼락을 날릴 기세이다. 알로하! - 환영합니다. 잘 가세요. 또 오세요. 진주만의 잔영이 내 가슴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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