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날을 맞으며

2010-0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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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휘(언론인)

을유년의 마지막 달력을 넘겼다. 지난 해 우리는 몹시 바빴고, 잘 살아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 그만큼 많은 성취를 일궜고 부러워할 만큼 보람도 거두었다. 한편,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서 한스런 삶의 현장에서 실의에 젖어 고난의 행진을 거듭하며 세월을 탓하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돌아보면 회한인들 어찌 없겠는가? 마음 깊이 다짐해 놓고도 이루지 못한 일, 정 주고 사랑 주
고 싶으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인데도 가보지 못한 곳, 화나고 억울하고 미움이 턱 밑까지 차올라 괴로웠던 일… 손가락 짚어보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가까운 이웃과 오랜 친구, 심지어 가족 친척 사이에도 마음 한 자락 구겨진 흔적이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다.사람 사는 세상! 거짓과 시기와 이기와 배신과 자폐적 증세가 더해가는 지구촌, 인간성을 상실한 무인격의 범람 속에 황량한 들판이 되어가는 앞마당,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불완전한 인간, 탐욕의 화신으로 번뇌지옥을 헤매는 유한성의 존재. 그걸 안다면 원망과 증오, 네 탓 같은 건 접어둘 수밖에. 그래야 우선 내가 편하고, 이웃이 좋아할 테니까... 지난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새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잘못했던 일은 반성하
되 버릴 것은 버리고 끊을 것은 끊고 새 마음 새 각오로 나서야 새 출발이 된다. 내가 모르는 사이 마음을 아프게 했거나 오해와 편견을 불러 일으키게 한 일이 있었다면 무조건 사과하고 용서를 빌 일이다. 나를 아프게 한 자에게도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너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자가 바로 네 영혼의 스승이니라”고 한 말이 진실임을 믿는다. 인생의 가장 절실한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라는 말의 속뜻을 깊이 삭이고 삭여 웃음 띤 얼굴 마주보며 따뜻한 손 맞잡으면 즐거운 길벗 되어 우리 함께 행복의 길로 나설 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 누구도 제 혼자 온전한 섬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어차피 하늘과 땅을 모두 짊어지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다. 즐겁고 좋았던 일일랑 가슴 깊은 곳
에 간직하고 궂은 일 속상했던 일일랑 바람처럼 구름처럼 훨훨 털어버리고 흐르는 강물에 띠워 시원스럽게 흘러 보내자. 세상사 마음먹기 하나에 달린 거라고 했다. 아무리 용을 써 봤자 100년도 살지 못할 인생인데 이승의 연(緣)을 그리 가볍게 여겨서야 되겠는가.

용맹스런 범띠 경인년을 맞았다. 새해에는 새 마음이 새둥지틀 마련해야 하겠다. 속을 비워 겸허하고 은인자중하는 마음으로 한 살 더 철든 모습으로… 마음이 새롭게 새둥지를 틀면 만사형통할 것이다. 동해바다에 돋는 밝은 태양을 맞아 아름다운 꿈을 싣고 한류열풍과 단군 이래 최고로 상승하는 나라 운세를 살려 시비와 반대, 편 가르기와 싸움, 집단이기주의 일랑 버리고 삼천리 곳곳마다 평화와 사랑, 골고루 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우리 다 같이 뜻을 모아 희망의 돛을 올리자. 나라와 당신과 나의 영광스런 내일을 위하여.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태양이 뜰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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