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처의 흔적 모두 사라진 풍경”

2010-01-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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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뭔가 빠진 것 같지 않은가? 그리다가 만, 아니 찍다가 만 듯한 미완성의 화면이 보는 사람을 안절부절하게 만든다. 여기에 뭐가 더 있어야 우리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까? 독일의 영화제작자 출신인 사진작가 맨프레드 멘즈(Manfred Menz)는 세계의 유명한 역사적 건축물이 있는 장소를 찍은 뒤 거기서 인간이 지은 건축물은 모두 지워버리고 자연의 풍경만 남기는 디지털 사진작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에펠탑도 지우고, 골든게이트 브리지도 지워버림으로써 인간의 으스댐을 무참히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없는 자연마저 주인 잃은 강아지들처럼 불쌍하게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앤드류샤이어 갤러리
사진작가 멘즈 작품전
건축물 지운 사진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게 해


앤드류샤이어 갤러리(관장 메이 정)는 올해 첫 기획전으로 1월9일부터 2월6일까지 맨프레드 멘즈의 새로운 작품전 ‘감춰진 아시아’(Invisible Asia)를 개최한다. 2005년 그의 사진전을 성공적으로 연 후 5년만이다.

이번 작품전에서 멘즈는 지난 2년 동안 돌아다닌 한국과 일본의 특별한 풍경 13점을 소개한다. 경복궁 향원정, 창덕궁 애련정, DMA 비무장지대, 히로시마 원폭기념관, 쿄토의 도지사, 동경 소니빌딩 등 인류의 역사와 종교와 분쟁, 그리고 치유의 염원을 담은 기념물과 건축물이 세워진 곳들이다.

그런데 작품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모습은 오직 나무와 풀, 그 사이사이 텅 빈 공간뿐이다. 여행을 마치고 LA의 스튜디오로 돌아온 그가 사진의 중심이었던 기념물과 건축물을 모두 지웠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적 건축물이 제거되고 난 후에 남은 것은 새로운 풍경이다. 언제나 거기 있었지만 우리가 전에는 아마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모습…. 그럼에도 그 건축물의 시각적 기억이 우리 잠재의식에 새겨져 있어 유령처럼 틀 안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우리의 지각 속에서 사실과 비사실이 겹쳐지면서 하나가 되기도 하고 다시 나뉘기도 한다. 그리고 건축물의 깜짝 놀랄 부재를 통해 그 상징과 의미를 다시 한번 검토해보게 될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 기념관 사진을 보자. 이곳은 1945년 8월6일 14만명이 숨진 곳이다. 멘즈는 그 과거의 상처를 모두 지워버리고 현재 살아있는 생명인 나무들의 풍경만을 보여줌으로써 역사에서 그 같은 만행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나라간의 갈등을 뿌리 뽑는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새롭게 창조된 그의 풍경들은 우리가 계속 생존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환경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관객들에게 실용적이고 철학적이며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유도하고 있다.

오프닝 리셉션은 9일 오후 6~9시.

주소 Andrewshire Gallery 3850 Wilshire Bl. #107 LA, CA 90010
문의 (213)389-2601

<정숙희 기자>

HSPACE=5
히로시마 원폭기념관

HSPACE=5
경복궁 향원정
HSPACE=5
창덕궁 애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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