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 신앙지수와 불량지수의 견제

2009-12-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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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index)라는 말은 본래 주식시장 용어다. 주식의 흐름을 수치로 계산해서 구입여부를 결정하는 공식이다. 요즘은 수치로 개인의 물품 구입 성향과 상품 흐름의 판도까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니 흥미롭다. 종종 집으로 날아온 광고지를 보면 지금까지 구입한 상품을 역산하여 다음에 구입할 물건의 종류를 알고 보내는 것 같다. 내 성향을 너무 깊숙이 파고드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사람마다 이색적인 생각이나 생활방식이 있다. 기독교 신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개인 성향은 날 때부터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본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두면 심각하게 악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선의 방법은 조금이라도 선하게 살려는 마음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나쁜 생각들을 끊기 위해 날마다 애쓰는 수밖에 없다. 예수 믿는다는 생각만 대충 붙잡는 것으로 모든 행동이 선하게 실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교회도 성도들과 지도자의 성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다음에 어떤 죄를 범할지를 미리 알려준다면 긍정적인 신앙 지수로 바뀔 것 같다. 문제는 범죄할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면 교회를 박차고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불량 대상자도 환영하는 교회들이 있기 때문에 아부적인(?) 친절언어로 울며 겨자 먹기로 다독거려야 할 판이다.

교인들의 정확한 지수를 계산하지 못해 헛방 치거나 알았지만 바르게 말해주지 못해 목회를 망치는 때가 있었다.


어느 변방에서 목회할 때였다. 사정이 정말 딱한 사람을 만나 오래 도움을 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초창기 슬롯머신 사업으로 꽤 재미를 보았던 모양이다.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폭들과 연계되어 돈 거래가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캐나다로 전 가족이 도피성 이주를 하였다. 거기서도 견딜 수 없어 미국으로 피신하여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과거를 청산하고 믿음으로 살겠다는 각오가 보였다. 가진 것을 몽땅 잃었고 미국 체류신분도 보장받지 못했지만 예수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다행으로 여기며 열심히 봉사하며 삶의 안정을 찾은 가족이었다. 우리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신앙을 갖게 된 그들을 위해 신분과 과거뿐 아니리 위장하기 좋은 이름까지 지어주며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잘 나가던 시절의 추억이 사라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들을 도와준 집사님의 사업을 책임 경영하면서 수년 동안 매상금 일부를 빼 돌리는 일을 거의 매일 반복했던 것이다. 지금은 이웃 나라로 피신했다고 한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경고하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한번이라도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말 무섭게 죄 지을 수 있는 그들의 성향과 가능성을 미리 말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예수 믿지만 신용불량자들이 너무 많다. 재정문제 등으로 교회를 법정까지 몰고 가는 목회자가 교회를 새로 개척하고 교인들도 여기에 동조하는 슬픈 현실을 가끔 본다. 한인교회 이민역사로 보아 성숙해야 할 때가 벌써 되었건만, 싸움질을 일삼는 목회자와 리더들이 드물지 않다. 불량지수의 지도자가 활개 친다면 반드시 양질의 신앙지수를 가진 자들의 견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모든 믿는 자들은 교회를 살리기 위해 교회와 지도자를 향해 끊임없는 경고음을 울려야 할 것이다. 오늘도 바다를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크고 웅장한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처럼.


손경호 / LA 기윤실 실무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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