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음 이야기 - 그 청년 시골 목수

2009-12-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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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로 하면 그는 동네 ‘플러밍’ 전문가였다. 싱크대 밑으로 물이 새면 싸매주고, 좌변기에 물이 안 빠지면 뚫어주었다. 신속한 ‘맞춤제작’은 물론, 겨울철 헐거운 창문짝의 틈새 메우기도 그의 단골 출장수리 목록이었다. 허리춤에는 늘 자잘한 연장들이 빼곡했다. 목수 일은 그의 가업이었다. 고대 이스라엘 당시 목수 계급은 농사지을 땅이 없어 목공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농민보다 더 하층민으로 대우받았다.

그러던 범부가 서른 살 무렵부터 갑자기 생뚱맞은 말을 하고 다녔다. “너희들 그동안 몰랐지? 사실 난 하나님이야!” 어릴 적부터 그를 잘 아는 동네사람들이 일제히 등을 돌렸다. 성경에는 이들의 어처구니없다는, 그러나 너무도 솔직한 반응이 나온다. “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와 시몬의 형제가 아니냐. 그 누이들이 우리와 함께 여기 있지 아니하냐 하고 예수를 배척한지라”(막 6:3).

필자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그때부터 내 삶에 거대한 의문이 찾아왔다. 도대체 예수란 존재가 누구인가. 나와 같은 어떤 한 사람을 하나님이라고 믿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절, 우연찮게 떠안은 이 낯선 프로젝트에 긴 시간 매달렸다. 문학과 철학, 종교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대학 2학년 때 가서야 마침내 그분을 하나님으로 만났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1). 그때의 기쁨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준 말씀이다.


사람들은 예수를 감쪽같이 오해하고 있었다. 유명한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가 말한 대로 예수는 자신을 하나님으로 착각한 정신병자이거나, 철저한 거짓말쟁이, 사기꾼이거나 아니면 정말 그가 주장한 대로 하나님이어야만 한다. 이도저도 아닌 ‘성인’으로만 머물 여지는 전혀 없다.

그가 인류사 시공간의 중심, 곧 2,000년 전 이스라엘 땅에 와서 당당히 선언한 말을 들어보라. “아브라함(이스라엘 민족의 시조)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요 8:58).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요 10:30). 성경 역시 그의 주장을 곳곳에서 뒷받침한다.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딛 2:13).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치게 하셨느니라”(행 20:28). “육신으로 하면 그리스도가 저희에게서 나셨으니 저는 만물 위에 계셔 세세에 찬양을 받으실 하나님이시니라 아멘”(롬 9:5).

“말도 안 돼!”라고 반박하는 것이 오히려 희망이 있다. 적당히 얼버무리면 영영 예수란 존재는 미스터리로 남는다. 삶의 참뜻을 찾아주고 죽음의 딜레마를 풀어줄 유일한 열쇠, 모든 사람들이 이미 그 틀 안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기막힌 비밀에 대해서도 끝내 귀먹고 눈멀고 만다.

생각해 보라. 하나님을 자처한 정신병자, 사기꾼이 감히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가. 인류사에 존경받는 어떤 종교적 성현도 자신을 가리켜 하나님이라고 한 자는 없다. 예수를 어물쩍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만 아는 것은 정당한 대우가 아니다. 그가 창조의 바로 그 하나님이라면 당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그 청년 시골 목수의 손끝에서 나왔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어’ 보이는 것, 바로 이것이 기독교다! 물론 이를 못 미더워할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는 예수 자신도 잘 알고 계셨다. “누구든지 나를 인하여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마 11:6).


안환균 <사랑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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