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 이대로 영원히

2009-1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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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날들을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지만 만난 후에도 처음 같은 감동이 지속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숙제다.

첫 인상은 좋았는데 지낼수록 힘들어지는 사람도 있고, 첫 인상은 별로였는데 지날수록 정이가고 마음이 열리는 사람도 있다. 상대방의 성품과 자질도 문제가 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을 살피게 된다.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진짜 인격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한 마디에 있지 않을까?

특별히 무촌이라는 부부관계는 서로의 고백이 부인할 수 없는 행복평가의 기준이 된다. 처음엔 결혼 못하면 죽겠다며 사랑을 시작했는데 사소한 이유들로 마음이 돌아서면 무서운 원수 사이가 되는 것이 부부다. 결혼생활 20여년을 지나면서 결혼 50주년이 다 되도록 ‘평생 잉꼬부부’로 살아가시는 선배들을 보면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다.


“여보! 우리도 저렇게 살아요!” 하며 늘 바라보는 분들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우리 교회에 늘 천사 같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 권사님이 계시다.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화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예배 때는 물론이고, 찬송 할 때도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듯한 그분만 보면 어느새 따라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분의 삶이 모든 이들에게 본이 되고 감동이 된다는 점이다.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초강력 행복 바이러스가 된다.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얼마나 따뜻한지 그분을 만나는 사람마다 겸손해지고 온유해진다. 어떤 상황이든지 여유롭게 넉넉한 태도로 반응하시는 지혜로움과 온몸에 사랑이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늘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어느 날 권사님께 여쭤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행복한 미소가 늘 가득하세요?” 권사님의 대답이 감동적이었다. “제 얼굴은 남편이 만들어주었어요. 결혼 45주년 되었는데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너무 잘 해주셔서 제 얼굴이 늘 기쁨이 넘친답니다.”

어떻게 잘 해 주셨냐고 물었다. 남편 장로님이 극진한 사랑으로 참아 주고 배려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만 나면 청소며 설거지며 빨래까지, 그것도 갓 낳은 두 아들의 천기저귀를 세탁기로 빨아서 건조시켜 반듯하게 개어주는 일까지도 짜증 한 번 없이 기쁨으로 해 주었단다. 세상에나! 정말 그런 남편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 얘기를 들은 장로님이 들려주신 얘기는 더더욱 놀라웠다. 장로님의 부친이 가정적이지 못하셨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결혼해서 최고의 남편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린 늘 조상탓을 한다. 잘하고 싶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하신 대로 나도 하게 되었다며 자신있게 자기 합리화를 한다. 참 어리석은 변명이다. 문제는 마음이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내가 행복하고 싶으면 남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 가장 가까운 배우자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지 못한다면 그 행복은 힘이 없다.

자녀는 물론 가까운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 그것은 극심한 불경기와 무서운 한파까지도 넉넉히 이길 수 있는 초자연적 사랑 파워가 되는 것이다. “가끔씩 너무 행복해서 이대로 영원히 함께하는 동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곤 해요….” 행복한 이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누룩 감사’다. 이스트를 넣은 것처럼 금방 부풀어 올라 맛깔스런 인생이 되게 하니까. ^^


정한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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