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구나 캐년의 기적

2009-10-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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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는 지진을 비롯하여 산불이나 산사태 등, 주로 지각의 변동에 의한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한다.

자연히 그에 따른 에피소드도 많은데, 다음 이야기는 1998년, 로스 앤젤스 카운티 북쪽의 라구나 캐년 지역에서 발생하여9명의 부상하고2명이 사망했던 산사태 이야기이다.

라구나 캐년은 약 40여채의 집들이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좁은 차도 양쪽으로 나란히 지어져,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작은 산골 동네이다. “타드 틸슨”은 이 골짜기의 맨 낮은 입구쪽에 위치한 집에 살고 있었다. 1998년의 겨울이 거의 끝나가는 2월의 어느날 저녁, 저녁식사를 마친 “타드”는 집 앞에 나와 무심하게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저 앞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마치 불꽃이 터져 나오는 것 처럼 전시주의 변압기가 터지면서 온 동네가 칠흑같은 암흑으로 변하였다. 동시에 “와르르? 쿵?“하는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골짜기의 맨 윗쪽으로 부터 들려오면서, 어둠을 뚫고 커다란 진흙더미의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밀려내려 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깜짝 놀라 당황한 가운데에도 얼른 주머니에서 쎌폰을 꺼내 9.11에 전화하여 산사태 사고를 전하고 구조를 요청하였다.

한편 “타드”의 집에서 몇집 윗쪽에 살고 있던 “카멜로”와 “테레사”부부는 집안에서 두 딸과 아들 등, 그들의 세 자녀들과 함께 저녁식사 후, 각자의 방에 머물고 있었다. 갑자기 불이 꺼지면서 “와르르? 쿵쾅!?“하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벽이 무너지더니 진흙더미가 그들의 방으로 덮쳐들어 왔다. 테레사는 본능적으로 펄쩍 뛰어 일어나 “내 딸! 티파니?!”하고 외치면서 방에 누워 있던 두살난 막내 딸을 품에 안으려 하였다. 그러나 진흙의 산사태는 어찌나 격렬하고 강하게 밀어 닥쳤는지 “티파니”는 그대로 흙더미 속에 잠긴채 캄캄한 어둠속으로 노도처럼 흘러 내려갔다.

그녀도 “티파니”를 놓쳐 미친듯이 “내 딸아?! 티파니야?!”하고 진흙구덩이의 어둠속을 외치고 허둥대며 산사태와 함께 흘러 내려갔다. 그리고 끝내 정신이 혼미하고 진이 빠진 채, 골짜기의 끝에서 급히 출동한 구조대에 의하여 간신히 구조되었다. 아들과 큰딸도 갑자기 몰아 닥친 산사태에서 겨우 빠져나와 온몸이 진흙투성이로 범벅이 되어, 막내 여동생 “티파니”를 찾아 여기저기 어둠속을 헤매이고 다녔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 “카멜로”도 산사태의 정면에 부딪쳐 그대로 파묻혀 있다 겨우 헤치고 나와 막내인 “티파니”를 찾으려 하였으나, 온몸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채 눈도 제대로 뜨지 못 할 정도가 되어 겨우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의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그는 앰블런스 안에서도 계속 어린 “티파니”의 안부를 구조대들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타드”의 이웃집에 살고 있던 “게리”도 산사태를 맞아 온몸에 진흙더미를 잔뜩 뒤집어 쓴 채 어둠속에서 걸어 나오며 “타드”에게 진흙 범벅이 된 제법 큰 보퉁이 하나를 내밀었다. “타드”가 “이게 무엇이냐?”라고 묻자 “게리”는 “아기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라고 말하였다. “타드”는 얼른 아기를 받아 구조대원에게 인계하였다.

그리고 구조대는 그 아기도 앰블런스에 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 앰블런스에는 아기의 아버지인 “카멜로”도 함께 타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아기가 바로 “카멜로”가 애타게 찾고 있는 “티파니”인 줄 몰랐다. 구조대원들은 “티파니”에게 응급조치를 하느라 바쁘고 급하여 확인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카멜로”는 여전히 막내딸 “티파니”의 안부가 걱정되어 밤새도록 안절부절 하였다. 다음날 아침 여전히 근심하고 있는 “카멜로”에게 옆방에서 어린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본능적으로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인 “티파니”임을 알게 된 “카멜로”는 얼른 옆방으로 뛰어 갔다. 그리고 그는 그가 밤새도록 애타게 찾았던 “티파니”를 만나게 되었다. “티파니는 그날 산사태의 진흙더미에 휩쌓인 채 약 500야드 정도를 밀려내려 왔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것이다.

키 한 /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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