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로운 한국 섬 목회자 미국 나들이 모십니다

2009-09-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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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명 초청한 이준호 ‘HIM선교회’ 대표

“평생에 한 번 미국에 가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드디어 성사된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처럼 가슴이 설렙니다.”

문명의 혜택이 단절된 한국의 섬에서 눈물로 복음의 씨앗을 뿌려온 목회자 30명(사모 포함)이 이달 중순 ‘Here I am Mission’(HIM 선교회·대표 이준호 선교사) 초청으로 LA를 방문한다.

이준호 대표는 “전남 진도군에서 섬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9월14일 7박8일 일정으로 미국에 온다”며 “지극히 열악한 여건 속에서 양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목자의 심정으로 사역하는 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 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속 묵묵히 사역
꿈, 욕망 모두 버리고 날마다 ‘순교의 삶’
14일부터 8일간 관광, 교회 견학 등 재충전

이 대표에 따르면 독일 선교사 카를 귀츨라프에 의해 서해안 고대도에 복음이 처음 전해진지 약 180년이 지났지만, 많은 섬사람들에게 복음과 문명은 아직도 먼 나라 얘기다. 한국의 섬 3,170개 중 유인도는 약 14%인 437개. 그중 281개에 644개 교회가 세워졌다. 하지만 복음화율은 5%를 밑돌고, 교회의 약 92%가 미자립이다. 섬 목회가 얼마나 많은 고난과 희생, 눈물로 점철돼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간난과 자녀교육 때문에 젊은이들은 뭍으로 떠나고 노동력과 경제력이 거의 없는 노인들만 남아 소망 없이 섬을 지키고 있다. 최근엔 이상기온과 환경오염으로 어획량이 준 데다 편의시설 및 의료기관마저 없어 무인도가 늘어만 간다. 주민들은 전기가 안 들어 와 냉장고, 세탁기, TV 등도 사용할 수 없는 상상하기 힘든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해진 후 이들이 누리는 빛이라곤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석유 발전기를 돌려 1~2시간 정도 공급하는 전기로 켜는 희미한 등불이 전부다. 식수 역시 심각한 어려움 중 하나. 작은 섬은 우물을 파도 짠물이 올라오기에 곳곳의 작은 웅덩이에 고이는 빗물을 식수로 쓴다. 불현듯 가슴에 밀물치는 외로움도 이겨내야 할 복병이다. “사람과 말이 그립다. 울리지도 않는 전화기를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섬에 오래 있다 보니 미운 사람조차 보고 싶어진다”는 게 섬 목회자들의 고백이다.

이들은 섬 교회에 부임하게 된 사연도 제각각이다. 외롭게 홀로 서 있는 섬 ‘독거도’에 교회는 있는데 목회자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깊이 고민하다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내려가 노인 십여명의 영혼을 섬기는 목회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후 5세 아들의 손을 잡고 등대지기 한 명과 노인 몇 명이 전부인 맹골도의 텅빈 교회로 부임한 여전도사,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실종되자 어린 두 자녀를 키우며 교회조차 없는 섬에 가정교회를 세워 예배를 가지며 외로운 노인들을 부모처럼 섬기며 사는 무명의 여인…. 알아주는 이 없어도 이들은 한결같이 ‘절대고독의 땅’에서 날마다 자신의 욕망과 꿈을 죽이는 ‘순교’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실정임에도,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한국교회들이 경쟁적으로 세계 선교의 깃발을 높이 들지만 정작 나라 안의 섬 복음화에는 무관심해 목회자들의 아픔은 커져만 가고 있다.

“신학교 시절 청년들과 낙도에서 봉사한 것이 계기가 돼 섬 목회자들을 초청하게 됐다”는 이 대표는 “항공료만 마련해 미국에 오시는 이들은 대부분 50~60대로, 섬에서 10~20년간 사역하신 분들”이라며 “브라이스, 자이언 캐년 등을 관광하고 새들백교회와 수정교회를 돌아보는 등 재충전과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불경기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밀알선교회 주정란 권사·채한순 집사, 남가주사랑의교회 김영옥 권사·송은화·이은경 집사, 오렌지한인교회 이강열 집사 등의 도움으로 이번 일이 가능하게 됐다”며 “앞으로 한인교회의 한국 낙도 사랑이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후원 문의 (714)321-7447 이준호 선교사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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