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송도 신도시에 다녀와서

2009-08-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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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취재 2부 차장)

인천세계도시축전 취재차 2주전 송도 신도시에 처음 가봤다. ‘동북아의 허브’, ‘경제자유도시’ 를 지향하며 건설 중인 송도는 듣던 대로 첨단 도시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미 완공이 끝났거나 건축 중인 각종 빌딩들은 높이와 시설면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위용을 자랑하는 듯 했다.

기자는 뉴욕에 살면서 한동안 실감하지 못했던 ‘한국식 속도전’의 진수를 잠시 맛봤다. 축전 참가자들의 숙소로 이용됐던 한 아파트에 도착한 날, 아파트 입구로 이어지는 왕복 6차선 도로는 미처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자동차의 출입마저 불가능해 끈적거리는 아스팔트 위를 짐가방을 끌며 겨우 이동해야 했다. 바로 다음날 아침, 1 킬로미터에 이르는 넓은 길의 공사는 말끔히 끝나있었고 신호등마저 설치되어 있었다. 축전 행사장도 개막식 불과 이틀전까지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아 순조롭게 개막식이 가능할 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잠시 후 와보면 어느덧 길이 닦여져 있고, 또 잠시후에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불과 닷새 사이에 행사장 부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물론 특별한 행사를 앞두고 총력전이 진행된 이유도 있겠지만, 그랜드 센트럴과 BQE를 잇는 지역의 공사가 10년째 진행되고 9.11 테러 발생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예전 쌍둥이 빌딩 지역이 여전히 폐허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의 ‘능력(?)’을 새삼 실감할 수밖에 없다. 문화, 경제, 교육 부분 등에서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가 목표대로 채워진다면 한국은 세계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첨단 도시를 갖게 될 것이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송도의 모습은 나름대로 “개발보다는 환경과 보존이 중요하다”고 믿는 기자마저도 그렇게 감탄시키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우려가 되기도 했다. 바다를 메꿔 만들어진 송도는 ‘상전벽해’의 살아있는 표본이기 때문이다. 제2, 제3의 송도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단체장들과 정치인들이 계속 늘어날 수도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으로 대통령이 됐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송도로 대통령으로 출마할 지도 모른다.

50~60대 이후 한국의 지도층들, 즉 향후 20년은 더 사회를 좌지우지할 사람들의 마인드에 ‘개발과 성장’이란 결국 송도처럼 ‘메꾸고, 짓고, 높게 올리는’ 것이다. 그린 성장이란 말의 뜻도 모르면서 그저 입에만 올릴 뿐, 결국 그냥 놔두고 보존하는 것이 더욱 가치를 올리는 일이라는 패러다임은 이들에게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내 땅과 내 아파트 값에만 목을 매는 국민들이 바뀌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녹색성장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송도신도시가 정말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과 더 이상 천혜의 갯벌과 강과 호수가 개발이란 명목으로 사라지길 바라지 않는 마음이 모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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