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름(名)을 등한시하는 현대인들

2009-08-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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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홈 아트갤러리)

명(名)이라는 것은 본래 사물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었다. 원시사회에 있어서 사람들이 날이 저물어 캄캄하여지면 사물을 알아 볼 수 없어서 그때에 처음으로 누구누구는 ‘아무개’라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글자를 만들 때 저녁석(夕) 아래에 입구(口)를 붙여 명(名)이라고 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름이 있으면 곧 사물이 있었던 것이고, 사물이 있으면 곧 이름도 있었던 것이었다.

공자는 본래의 이름과 일치되지 않는 사물이나 또는 실 사물과 일치되지 않는 이름을 거부하였다. 이름과 실사물을 일치하게 하려는 생각을 공자의 ‘명실일치론(名實一致論)’ 또는 ‘정명주의(正名主義)’라고 했는데 정명 이라고 함은 이름을 바르게 한다는 말이다. 그는 말하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주어인 군신부자는 이름이요
술어인 군신부자는 임금답다, 신하답다, 아버지답다, 아들답다는 사실적인 실물이다. 공자이후 유명론(唯名論)자들은 실 사물을 중요시 하지 않고 이름만을 중요시 하였다. 이름과 실 사물을 완전히 분리시킬 뿐 아니라 실 사물은 있든 없든 그것은 관계하지 않고 다만 이름만 가지고서 일반 사물을 관념화 하였다. 왜냐하면 실지로 있는 모든 사물은 유전변화하지만 이 이름만은 영원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로서, 용, 봉황새, 같은 것은 실사
물이 없어 생각으로 만든 동물의 이름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초기는 유가와 묵가의 사상이 휩쓸고 있었다. 이 양가는 두 인간의 이성과 능력을 믿었고 사회정의를 내세워 천하를 바로 잡으려는 정통사상 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회의를 품고 비판하면서 반 전통적인 입장에서 사상을 전개한 사람들을 도가(道家)라고 부르게 되었다. 도가의 노자학파들은 유명론을 배격하고 무명론(無名論)를 주장하였다. 이들은 인간에 있어서 가장 뜻있는 삶이란 자연의 성정(性情)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간섭주의를 배척하고 사람에게 절대의 자유를 주면 천하는 스스로 다스려진다고 주장하였
다.

미와 추, 선과 악, 공자는 절대 불변하는 것으로 보았지만 노자는 상대적으로 보았고 사람의 정(情)과 의(意)의 움직임에 따라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낀 것도 시간이 지나면 추한 것으로 바뀌기 때문에 꽃이라도 갓 피어서 싱싱할 때에는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그것이 시들어서 떨어질 때는 추한 것으로 보는 것과 같다. 사물의 현상은 항상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면 반드시 뒤돌아 온다. 세력도 마찬가지다. 제국주의의 세력을 극도로 팽창케 하면 다시 쇠퇴해 지는 것과 같다.

무엇을 잃어 버리는 것도 내가 무엇을 많이 가졌던 까닭이다. 많이 가졌던 내가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빼앗고 싶으면 먼저 주어라, 이런 이치를 도(道)의 미묘한 섭리라 한다. 이런 섭리가 있기 때문에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전쟁의 비법이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성을 내지 않는다. 도(道)는 문자 상으로 보면 동일하지만 공자의 도(道)사상은 도덕법칙이요 노자의 도(道)사상은 자연의 법칙이다. 아무튼 개개인은 가지고 있는 자기 이름을 영원히 아름답게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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