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김대중 전 대통령

2009-08-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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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가고 오는 사람들. 한 번 세상에 오면 반드시 가야 하는 자연의 법칙. 지난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세상을 떠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5월23일) 불과 몇 달 만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24년 1월6일 태어나 2009년 8월18일 세상을 떠났으니 만으로 85년 7개월 12일을 살았다. 한국 나이로는 86세다. 한국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국장(6일)으로 결정했다. 장의위원회는 2371명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의위원(1383명)보다 약 1000명 정도가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장(1979년) 이후 30년 만이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현충원의 국가 원수 묘역이 된다. 영결식은
23일(한국시간) 오후 2시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거행된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다 세상을 하직한 김 전 대통령이다. 고등학교(목포상고)가 최종학력이지만 박사학위는 많다. 명예박사학위다. 그는 일국의 대통령으로 살았다. 대통령이 되기 전 죽을 고비를 여러 번이나 넘겼다. 전두환 정권 때는 사형을 선고 받은 적도 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부귀와 영화도 많이 누렸다. 전라남도 무안(지금은 신안)군 하의도(섬)에서 출생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선회사의 사원이 된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상선회사에 주력하여 많은 돈을 버는 청년실업가가 된다. 1948년 목포일보 사장, 1952년 흥국해운 사장이 되었다. 1954년 목포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방했다.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낙방한 그는 1961년 당선됐지만 5.16 군사 정권으로 의해 3일 만에 국회가 해산되면서 당선이 무효화 된다. 우여곡절 끝에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촉망받는 정치가의 길로 들어선다. 1965년 민중당 대변인과 정책위의장을 거쳐 1967년 통합야당인 신민당 대변인이 된다.
19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대선에 나가 박정희 후보에게 패배한다. 박정희 정권은 이듬해 10월 유신헌법을 만들어 종신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유신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맞서 싸우던 그는 박 정권으로부터 암살시도를 당한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살아남는다. 이 때 당한 사고로 그는 다리를 절게 됐다고 한다.

1973년 8월에는 일본의 한 호텔에서 납치돼 바다에 수장당할 뻔 했다. 미국과 일본의 도움으로 구출돼 서울로 돌아오나 가택연금 된다. 1976년 3월 민주구국선언으로 구속돼 1978년 3월 석방된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비명에 세상을 떠났다. 이 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한 신군부 세력이 들어선다.김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신 군부에 의해 내란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1982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미국으로 망명길에 오른다. 이 때 재미한국인권문제연구소를 창설한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간 후 그는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을 맡는다. 그 후 한국의 정세는 전두환 대통령, 노태우대통령을 거쳐 김영삼 대통령 시대를 지난다.

드디어 그는 1997년 제15대 한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의 재임 중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히는 것은 2000년 6월15일의 남북정상회담이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13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김 전 대통령은 같은 노선을 걷는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에게 2003년 정권을 이양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 더불어 친북 햇볕 정책을 이어간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야당 대표인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2009년 봄 한국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여 가족에 관련된 비리를 조사한다.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끼니를 잇지 못하고 갑자기 노쇠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85년 7개월 12일. 약 3만1,247일 간의 생애를 마치고 이제는 햇볕도 달빛도 들지 않는 평화의 나라에 들어선 김대중 전 대통령. 이번 국장에는 북한에서 고위급 간부들이 참여할 것이라 한다. 그의 가는 길을 애도하면서 다시 바라기는 한반도의 정세가 앞으로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 번 세상에 태어나면 반드시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인생. 살아 있으면서 남긴 모든 업적은 죽어서도 남는다. 김 전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과 이름은 후세에 길이 남을 것이다. 남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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