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때가 종종 있다. 주로 일품요리에 김치 한 가지가 반찬이지만 아이들 여섯이 있는 우리 집엔 늘 잔칫집 같은 생동감이 넘쳐난다.
오늘은 뭘 해 먹을까? 물어보기도 전에 카레 덮밥이 제일 만만한 단골메뉴다. 대학생인 첫째는 고기를 썰고, 둘째는 감자와 당근, 양파를 깍둑썰기 한다. 벌써 엄마 키를 넘어버린 셋째 딸내미가 언니들이 썰어놓은 고기와 양파, 카레를 볶으면서 고소한 냄새에 행복코가 벌렁 거린다^^.
넷째와 다섯째는 고개 넘어 기웃기웃 행복망을 보다가 숟가락, 젓가락 여덟 개를 돌려놓고 예쁜 리번처럼 냅킨을 접으며 깔깔거린다. 막둥이 죠수아가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컵 여덟 개에 얼음과 물을 채워 넣으면서 큰일을 해낸 것처럼 으쓱으쓱 함박미소를 전염시킨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 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정겨운 동요가락이 전기압력솥에서 춤추듯 흘러나오면 준비 끝~!
30~40분 사이에 여덟 식구를 힘나게 할 맛난 밥상이 뚝딱뚝딱 행복방망이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빠~ 저녁밥 드세요!” 막둥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달려가 아빠를 모셔온다. 아이들의 정확한 배꼽시계가 고맙고, 온 가족 둘러앉아 올리는 감사기도도 신나는 일이다.
“와, 오늘 저녁은 맛난 카레구나! 너희들이 만들어서 정말 맛있겠는 걸~ 하하핫!” 아빠의 유쾌한 웃음소리에 한껏 신이 난 아이들은 “아빠 많이 드세용~” 하며 애교무드까지 양념으로 버무려 카레와 밥을 날라다온다. “이번 카레는 정말 맛있는 걸?” 아빠의 한 마디에 저마다 요리했던 과정을 설명하면서 집안은 시끌시끌 행복장터가 되어간다.
“고기를 잘 썰어 줘서 맛있는 카레가 되었구나! 아, 그래 감자랑 양파 써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잘 만들었는걸. 물론 재료를 섞어 잘 볶아준 예진이도 수고했구나… 하하… 호호홋….”
여덟 식구가 둘러앉아 카레덮밥을 먹는 풍경은 언제나 아름다운 행복 수채화다. 아이들이 커가는 속도가 빨라진 요즘엔 더더욱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몸부림치게 된다. 식탁 위를 탁구공처럼 튀어다니는 말의 잔치는 그 색깔만 봐도 얼마나 건강한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행복 온도계다. 어떤 마음으로 밥을 먹는지, 밥을 먹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소화기와 바로 연결되어지고 그 짧은 시간들이 이어지면 건강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건강온도계로 바뀐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밥 먹을 때의 태도와 습관들이기가 중요하다. 세살이 되기 전에 좋은 습관이 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세살이 넘었어도 매일 하는 행동을 의식하며 고쳐간다면 매일 행복한 밥상이 되지 않을까? 무엇을 먹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가 더욱 중요하며, 그 음식을 먹고 어떻게 사느냐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다.
아이들의 연약한 날개에 칭찬 엑기스를 뿌려주고, 감사 연고를 자주 발라준다면 그들은 인상을 더욱 힘차게 항해할 것 같다. “엄마 더 주세요~” 빈 접시에 한가득 카레를 부으면서 엄마의 간절한 기도와 사랑도 함께 뿌려준다.
“맘껏 날아오르렴, 사랑해 얘들아~^^*”
정한나 (세계선교교회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