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느님을 체험할수 있는 기회”

2009-08-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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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성령쇄신대회 강사 현요안 신부

남가주성령쇄신봉사회(지도신부 반영억·회장 고재원)가 오는 22~23일 토랜스 소재 엘카미노 칼리지(16007 Crenshaw Blvd.)에서 개최하는 ‘제22회 남가주성령쇄신대회’의 강사 중 한 사람으로 초청된 현요안(39) 신부(제주교구 중문성당 주임). 이 행사에서 그는 3차례 강론을 하고 한 차례 치유미사를 집전한다. 다음은 지난 6월 46개국 300여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5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유럽 이외 지역인 한국 충북 꽃동네에서 열린 가톨릭 세계지도자 성령대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현 신부와 가진 일문일답.


‘신앙 따로 생활 따로’의 이원론적 믿음 버리고
이기적인 삶 회개하는 것이 내적 치유의 첫 걸음


-왜 성령쇄신대회에 참석해야 하나.


▲성령쇄신 운동은 1967년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시작됐다. 그 일을 계기로 구체적인 성령의 은사 체험은 수도자들이나 성인, 성녀에게만 국한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어졌다. 성령쇄신대회는 막연하게 추상적으로 믿던 신자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자리이다. 하느님의 능력 뿐 아니라 세상을 향한 그분의 자비와 사랑을 깨닫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 자기 안에 갇혀 있던 생활을 회개하고 변화된 공동체의 관계성, 애덕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번 치유미사를 집전하시는데.

▲치유 미사는 당장 그 자리에서 내적, 외적 변화가 나타나는 ‘기적’과 지속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치유’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봉헌하는 것이다. 이 미사를 통해 많은 가시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치유는 악습 및 중독으로부터의 자유를 얻는 것도 포함한다.


-이번 대회에서 어떤 내용을 주로 나누게 되나.

▲치유는 자기 틀을 깨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 우리는 종교 이기주의 안에 매몰된 상태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점, ‘신앙 따로, 생활 따로’인 이원론적 믿음을 버려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려 한다. 현대인은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 어느 시대보다 파괴적인 심성을 지니고 불신과 고독,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산다. 이같은 한계상황의 모순을 성령 체험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변화를 갈망하며 이기적인 삶을 회개해야 한다.


-어떻게 사제의 길을 걷게 됐나.

▲독실한 가톨릭 가정의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바로 위의 누나가 어릴 적 앓은 열병 때문에 소아마비다. 누나의 다리를 고쳐 주고 싶어 정형외과 의사를 꿈꾸었다. 그런데 내가 중3이었을 때,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로 돌아가신 큰 누나가 종부성사를 받고 나서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면서 내게 3가지를 부탁했다. 부모님께 3배로 효도하라는 것, 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말고 진리를 탐구하라는 것, 신부가 돼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마음을 바꾸었다. 27세의 나이로 사제품을 받았다. 몸을 고쳐주는 의사 대신에 영혼을 치유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창작 뮤지컬 ‘이마고 데이’(Imago Dei)를 기획하는 등 문화사목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아는데.

▲작년 10월 제주에서 막을 올린 이마고 데이는 올 6월 말까지 광주, 부산, 서울 등의 300명 규모의 소극장을 중심으로 2만7,000여 관객 앞에서 130여회 공연을 하는 성공을 거뒀다. 문화 사목을 통해 성인 비신자나 냉담신자는 물론 청소년에게도 쉽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모든 본당 신부의 주보 성인인 ‘요한 마리아 비안네’를 소재로 삼은 ‘마음을 주었습니다’라는 연극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본당을 순회 방문해 공연을 하게 된다.


-끝으로 남가주 한인 가톨릭 신자들에게 하고픈 말은.

▲해외 한인 공동체들을 돕고 싶은 소원이 있다. 4년 전 동북부 성령쇄신대회에 이어 2번째 미국에 왔는데, 한인들은 가장 소외되고 힘든 계층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이중 아이덴티티’를 갖고 살면서 때로는 사랑과 일치, 친교, 나눔이 이뤄져야 할 신앙공동체 안에서도 분열과 위화감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이런 나약함이 벗어지기를 바란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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