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평한 부모되기

2009-08-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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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식(뉴욕가정상담소카운셀러/미술치료사)

부모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 아빠는 불공평해!”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럴 때 부모는 당황스럽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 아이에게 이것을 설명하려니 답답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고 이야기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
사사건건 비교당하기 쉽고 경쟁관계인 형제관계에서 부모의 공평치 못한 처사는 도마에 오르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부모는 ‘공평한’ 부모가 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특별대우를 하지 않으려, 한 쪽으로 쏠리지 않으려 부단한 애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입에서 불공평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때 부모는 난처함과 동시에 의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공평한 부모가 된단 말인가?’
부모의 입장에서는 똑같이 대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큰 아이에게 공책 한 권을 선물로 줄 때, 작은 아이에게도 공책 한 권을 선물로 주면 공평하다고 느낀다. 같은 대우가 공평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다른 존재이고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고 다른 것을 좋아할 수 있다는 점을 부모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다. 아버지의 말 한 마디가 중요한 아이가 있고, 어머니의 따뜻한 포옹이 중요한 아이가 있다. 경제적인 서포트에 예민한 아이가 있고 정서적인 서포트가 절실한 아이가 있다. 각 아이의 특성과 상황에 따른 부모의 판단과 서포트가 필요하다.
똑같이 주었는데 한 아이에게는 많고, 한 아이에게는 적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부모는 당황하게 된다. ‘똑같이 주었는데? 아니 오히려 더 많이 줬는데 왜 적다고 하지?’ 아이의 반응에 당황하기보다, 아이를 판단하기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이가 객관적으로 더 많이 가졌는데도 적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부모가 이해하게 된다면 그에 적합한 서포트가 가능할 확률이 높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라는 이야기를 하는 부모가 많다. 형제라면 비슷한 형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다른 존재, 다른 객체라는 인식이 부족하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아이에 대한 비교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다른 가치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아이가 인격을 가진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각각의 특성을 알고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서포트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
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의 모습을 보고 인정해 주자. 아이에 대한 부모의 높은 이해도가 뒷받침될 때, 진정한 의미의 공평한 대우가 이루어질 것이고 아이들의 불평 또한 사리질 것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아이가 어느 지점에 어떻게 서있는지 안다면 그 부모는 아이의 공평한 부모가 되어줄 수 있는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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