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참고 사는 폭력 피해 노인들”

2009-08-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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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 (취재 1부 기자)

“이것도 기사가 되나요?”
노인문제를 다루다 보면 가끔 상상하기도 힘든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가 있다. 제보를 받을 때도 있고 경로회관이나 노인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도 많다. 대부분 외도관련 폭행문제나 결혼사기 등으로 노년층에서 흔치 않는 사건들을 종종 듣는다. 문제는 이런 일들로 고통 받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주일 전 쯤 브롱스의 한 미용실 원장으로부터 거동이 불편한 70대 노인에 대한 폭행사건을 제보 받은 일이 있다. 제보인 즉 80대 할머니가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70대 할머니를 일방적으로 폭행, 골반 뼈를 부러뜨리는 중상을 입힌 사건이다. 피해를 당한 할머니는 골반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한 달이상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고.


폭행사건도 충격적이지만 이유가 더 놀라웠다. 80대 할머니는 폭행한 이유를 피해 할머니가 남편과 바람을 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이에 앞서 한 달 전쯤에는 플러싱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인 경관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경관은 “한달에 한번 꼴로 한인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며 “폭행 이유는 반찬문제부터 돈 문제까지 사소한 일들로 한인 노인 부부들 사에서 폭행문제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매 맞는 쪽은 대부분 힘이 약한 할머니들이며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보통 피해 할머니들이 고소하길 원치 않기 때문에 그냥 싸움만 말리고 나온다고 이 경찰은 전했다. 나이 들어서 자식들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매맞는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하기에 피해 노인 대부분은 속으로 삭히다가 문제가 커지면 주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 특히 노인 폭행사건의 경우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힘없는 노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할아버지 보다는 할머니가,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거나 재력이 있는 노인보다는 그렇지 않은 노인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피해 노인들이 제대로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폭행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피해 노인들은 자식들한테 알리기는 창피하고 마땅히 상의할 곳도 없다고 여기기에 폭행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피해 노인 스스로가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노인문제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되고 자식들과 상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적극적인 대처방법이 필요하다. 가정 폭력은 비단 한인 젊은층과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말 못하고 고민하는 폭력 피해 노인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의 보다 세심한 관찰과 배려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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