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린턴의 감동적인 행보

2009-08-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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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자유기고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10일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석방 교섭차 북한을 방문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유나 리와 로라 링 두 여기자를 대동 귀환한지 만 6일만의 방북 결정인 셈이다. 4개월이상 이북에 부당하게 억류되어 있는 직원 유씨는 한마디로 악랄한 북한의 마수에 불행히 걸려든 경우다. 그동안 기록이 증명해주듯이 북괴는 지난 수 십년간 일본등 각처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불법으로 납치, 억류시켜 왔고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인면수심의 만행을 자행해 왔다.

아직까지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직원 유모씨의 죄목은 탈북 책동과 북한의 존엄 높은 체제를 악의로 비판함으로써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해당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감행하였다는 억지 주장이다. 경악스러운건 전임 대통령 재임 10년 동안 한국에서는 북괴의 간첩활동이 포착되지 않았음은 물론이요, 제재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해전으로 당시 윤영하 소령 등 해군 6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 당하는 참사에 대해서도 일절 대응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령제조차 제대로 올리지 않았던 당시 정부의 처사에 대해 유족들과 함께 분노를 금치못한 우리다.


작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 피살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역시 한국의 소위 좌익 분자들과 진보 세력들은 조용히 함구했고 촛불시위도 없었다.
악명높고 교활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천하의 김정일 앞에서 지난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보여준 당당하고 늠름했던 모습은 전세계의 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었다. 평소 늘 인자스러운 웃음을 띄우던 얼굴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를 윽박지르기라도 할 듯한 눈매하며 그야말로 우리의 두 여기자를 내놓아라 하고 질타라도 할 듯한 클린턴 대통령의 용태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웃음을 가득 먹은 김정일 위원장의 희안한 얼굴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를 이루었다.

두 여기자와 동승해서 귀착한 트랩을 내려오는 순서에서도 억류되어 고생을 한 두 기자를 먼저 내리게 하며 가족들과의 눈물겨운 상봉을 우선 순위로 주선한 배려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체면이나 자신의 영예는 뒤로 하고 인터뷰까지 마다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보면서 퇴임후까지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고매한 인품과 인간성의 극치를 보는 희열을 만끽한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일체의 성명도 없이 두 여기자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따뜻한 포옹으로 다
독이며 위로하는 전직 대통령의 자애스럽고 후덕한 모습은 사람들 기억에 오래 머물 것이다.

엘 고어 전 부통령과 다정히 어깨를 감싼 채 함께 나란히 돌아서 걸어가는 가슴 뭉클한 뒷모습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세계 어느 전직 대통령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그 용기, 그리고 아름다운 행보와 쾌거에 경의를 표하며 힘찬 박수를 보낸다.


“참고 사는 폭력 피해 노인들”
심재희
(취재 1부 기자)

“이것도 기사가 되나요?”
노인문제를 다루다 보면 가끔 상상하기도 힘든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가 있다.
제보를 받을 때도 있고 경로회관이나 노인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도 많다. 대부분
외도관련 폭행문제나 결혼사기 등으로 노년층에서 흔치 않는 사건들을 종종 듣는다. 문제는
이런 일들로 고통 받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주일 전 쯤 브롱스의 한 미용실 원장으로부터 거동이 불편한 70대 노인에 대한 폭행사건을
제보 받은 일이 있다. 제보인 즉 80대 할머니가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70대 할머니를 일방
적으로 폭행, 골반 뼈를 부러뜨리는 중상을 입힌 사건이다. 피해를 당한 할머니는 골반뼈가 부
러지는 중상을 입고 한 달이상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고. 폭행사건도 충격적이지만 이유가 더
놀라웠다. 80대 할머니는 폭행한 이유를 피해 할머니가 남편과 바람을 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
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한 달 전쯤에는 플러싱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인 경관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경관은 “한달에 한번 꼴로 한인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며 “폭행
이유는 반찬문제부터 돈 문제까지 사소한 일들로 한인 노인 부부들 사에서 폭행문제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매 맞는 쪽은 대부분 힘이 약한 할머니들이며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보통 피해 할머니들이 고
소하길 원치 않기 때문에 그냥 싸움만 말리고 나온다고 이 경찰은 전했다.
나이 들어서 자식들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매맞는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하기에 피해 노인 대부
분은 속으로 삭히다가 문제가 커지면 주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
특히 노인 폭행사건의 경우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힘없는 노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할아버
지 보다는 할머니가,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거나 재력이 있는 노인보다는 그렇지 않은 노인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피해 노인들이 제대로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폭행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피해 노인들은 자식들한테 알리기는 창피하고 마땅히 상의할 곳도 없다고 여기기에 폭행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피해 노인 스스로가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노인문제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되고 자식들과 상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적극적인 대처방법이 필요하다.
가정 폭력은 비단 한인 젊은층과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말 못하고 고민하는 폭
력 피해 노인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의 보다 세심한 관찰과 배려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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