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거는 쓰라려도 내 자산이다

2009-08-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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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뉴저지 일간지 ‘레코드’는 훈훈한 뉴스를 실었다. 조이스 홀리 씨가 꼭 30년 만에 고교 졸업 앨범을 찾았다는 이야기이다. 노스 브런스윅 고교를 졸업한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 갔다가 졸업 앨범을 놓고 왔다. 여기 저기 수소문하였으나 찾을 길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다. 그 후 그녀는 뉴욕 주 델마에 살았다. 그런데 30년 만에 앨범이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는 친구들의 서명도 실려 있었다.

이런 기적이 나타난 배후에는 두 명의 경찰관이 있었다. 한 명은 제프리 톰슨 경관이다. 공원을 순찰하다가 졸업 앨범을 발견하였는데 여러 명의 서명만 있을 뿐 주인의 이름이 없다. 20년 만에 단서를 잡은 것은 앨범 주인이라고 추측되는 학생이 뉴욕으로 이사하였다는 것 뿐이었다. 은퇴한 그는 앨범을 뉴욕 주에 근무하는 후배 경찰관 마이클 드길로에게 넘겼다. 그리고 드길로 경관이 또 10년 걸려 앨범의 주인을 찾은 것이다. 홀리 여사는 “나의 과거와 추억을 찾아 준 사람들이다.”고 기뻐하였다.


과거는 쓰라려도 나의 추억이 담긴 귀중한 자산이다. 두뇌라는 앨범에는 성공도 실패도, 기쁨도 눈물도, 잘 한 일도 잘못한 일도 모두 담겨있다. 그것들이 다 합쳐져서 나의 추억을 이룬다. 그것이 바로 나의 인생이었던 것이다. 너무 후회하거나 한탄할 것은 없다. 나의 앨범은 정직한 사진들이므로 어떤 과거가 거기에 실렸어도 의미 있는 추억이 아니겠는가! 과거는 후회와 뉘우침으로 아물지 않는다. 과거를 씻을 생각을 하지 말고 오늘 잘 하는 것이 과거를 속량(贖良)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보라. 대통령 재직 시 탄핵도 받았다. 그러나 퇴임 후 아프리카의 빈곤과 질병 퇴치를 위하여 싸우는 일 등 수많은 좋은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을 방문하여 억류 중인 미국인 두 기자를 석방시켰고 공식 보고는 아직 없으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모양이다. 이런 사람들을 생각할 때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지금 뉴저지 주에서는 고위 공무원들의 수뢰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물론 공무원의 부패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칼럼이스트 리처드 벤필드씨는 재미있는 각도에서 부패를 관찰하고 있다. 뉴저지 주는 뉴욕과 필라델피아라는 거대 도시에 끼어 보도의 사각지대(死角地帶)가 되어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자들이 잘 들추지 않는 은신처가 되었다는 뜻이다. 벤필드씨도 기자 출신인데 뉴욕에 근무하면서 취재 거리가 너무 많아 뉴저지까지 손을 뻗을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필라델피아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패 방지에 매스컴의 역할이 지대함을 말하는 대목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 거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나의 경험을 통하여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
째 ‘오늘을 귀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나의 평생도 ‘오늘’의 축적이다. 과거는 무효가 된 수표이고 내일은 약속어음 정도이며 오늘이 현찰이다. 오늘을 전 생애의 첫날로 생각하라.

둘째 ‘과거는 과감하게 잊으라.’ 미움 분노 실패 등 깡그리 잊으라. 그래야 새 출발이 가능하다. 신의 은총 중 최고의 은총은 ‘망각(忘却)의 은총’이다. 셋째 ‘자기 생애의 큰 목표를 가지라.’ 돈을 얼마큼 벌겠다. 그런 자자한 목표가 아니고 나의 하나 뿐인 인생을 한 개의 덩어리로 볼 때 어떤 덩어리를 남길 것이냐 하는 ‘큰 목표’를 말한다.

넷째 ‘단순하게 살아라.’ 여장(旅裝)은 가벼워야 한다. 나는 가끔 마음속으로 simplify!(단순하게)를 외쳐본다.상처는 치료해서 아물게 할 수 있고 빚도 갚으면 된다. 그러나 시간 속으로 흘러간 후회는 아물지 않는다.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과거의 후회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비결이다. 마음의 평화는 샛별과 같고 모든 덕은 태양과 같다. 샛별이 지고 태양이 떠오르듯이 마음의 평화에서 모든 덕스러운 행위가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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