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두 여기자의 무사귀환을 보면서

2009-08-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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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개월 여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 두 명이 4일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커런트 TV소속 프리랜서인 한인 유나리씨와 중국계 로라 링씨가 이번에 귀국한 것은 지난 4일 북한을 전격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구출작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들 두 명의 여기자는 중국과 북한 사이의 국경지대에서 북한을 취재 중 북한 공안원에 붙잡혀 ‘적대적인 행동을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지난 6월 12년 중노동형을 선고받고 구출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전격 회동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어떤 거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그 결과 이 두 기자가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사면 조치에 의해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이들의 석방은 그동안 사태추이를 바라보
며 노심초사했던 가족들과 모든 미국 국민들의 걱정을 불식시켰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광석화같은 구출작전은 마치 군의 특공대가 적진 깊숙이 잠입해서 자국민 인질을 구해 오는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국민을 보호하는 이 나라 미국의 시민이라는 점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쾌거였다.

미국의 국민으로서 안도감과 함께 이 국가에 대해 존경심과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그동안 이들 외에도 여러 차례 타국에 강제로 억류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지미 카터, 빌 리차드슨 같은 특사 등을 파견해서 뜻을 이룬 사례들이 있었다. 이번 일을 보면서 개성공단에 현재 5개월째 억류돼 있는 근로자 유 모씨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한없는 자괴지심을 느낀다. 어찌하여 한국정부는 자국민을 송환해 오는 일에 그렇게 무관심하게 보이도록 일을 하는가 말이다. 이런 사태에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 마다 한국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얼마나 나약하고 초라해지는가를 정부 당국자는 알아야 할 것이다.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를 위하여 어느 국민이 충성을 할 것인가.

클린턴이 두 여기자를 석방시켜 전세비행기를 함께 타고 돌아오는 장면을 보면서 한국정부는 이제까지 해오던 소극적인 태도에서 탈피해 자국민 보호에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한다. 두 여기자의 무사귀환을 환영하며 클린턴과 김정일의 이번 만남이 앞으로 북미 관계 진전과 북한의 핵폐기, 남북관계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물꼬가 되기를 아울러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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