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시착한 인생도 건지시네”

2009-08-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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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한 인생도 건지시네”

강물 위에 비상착륙한 여객기에 탔다가 구조됐던 린다 한(가운데)씨가 최근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담은 책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냈다. 지난 1월 사고 직후 LA로 돌아와 공항에서 출석교회 교우들의 환영을 받는 모습.

허드슨강 비상착륙 비행기서 극적 생환 린다 한씨
굴곡진 인생 역정 담은 ‘어메이징 그레이스’ 발간
절망 속에서 만난 하나님의 은혜 생생하게 증언


지난 1월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한 ‘US 에어웨이스’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허드슨강의 기적’의 주인공 린다 한 집사가 굴곡 많은 인생 역정을 담은 ‘어메이징 그레이스’(포이에마 간)를 냈다.

차가운 겨울 강물 위에 내린 비행기가 탑승구가 수면에 잠기지 않을 정도로 떠 있어서 다른 154명과 함께 구조됐던 한 집사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솔직하게 공개하면서 부제처럼 ‘불시착한 인생도 건지시는 하나님의 은혜’만을 애오라지 전한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생사의 기로에 섰던 불시착 경험으로부터 시작, 그 일 직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던 조지오 아르마니 모델 언니를 간호하러 뉴욕에 갔던 일, 유복하게 살다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에게 버림받고 형언할 수 없는 고생길에 들어선 일, 1975년 도미 후 34년간 전국을 떠돌며 피자가게 점원에서 청소용역업체 사장에 이르기까지 90가지 직업을 전전했던 일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이 책은 갈피마다 그가 기막힌 웅덩이와 깊은 수렁에 빠져 겪은 인생의 ‘신산고초’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탤런트 정애리씨가 책머리에 쓴 것처럼, 그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 책에서 상처 입었다고 떠들지도, 고백했다고 자랑하지도 않으면서 도대체 무엇이 그런 아픔을 극복하게 했는지’를 간증한다. 곤고한 인생길에서 한 순간도 자신의 손을 놓지 않았던 창조주를 만나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 데 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라고 날마다 찬양할 수 있게 된 경험을 들려준다.

독자들은 ‘나를 지켜주는 것은 돈 뿐’이라고 굳게 믿으며 독기를 품고 살던 상처투성이의 여인이 복음에 마음이 열려 ‘포로상태’에서 해방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감추지 못한다.

한 집사는 서문에서 “책이 세상에 나오면 또 한 번 부끄러움에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 부끄러운 증언을 통해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이 하나님의 눈물겨운 사랑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추천사에서 오정현 목사(서울 사랑의교회 담임)는 “깨어지고 부서지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한 집사는 산산조각난 삶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그는 이 책에서 ‘자기 함몰’의 죄에서 구출 받은 이야기를 떨리는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욱 목사(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는 “한 집사는 ‘보이는 대로 살지 않고 믿는 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 8년간 헌옷을 모아 선교지에 보내고 교회를 방문하는 선교사들을 정성껏 섬겨 왔다”면서 다른 사람들도 하나님의 오묘한 사랑을 느껴볼 것을 권했다.

인터넷에는 독자들의 호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번 책을 손에 들고 보니 책의 바다에 빠진다는 말이 실감나더라” “읽는 동안 숨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무거웠다. 인생의 분노, 인생의 악함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내가 숨이 막혀 버릴 듯했다.”

한 집사는 지난 2일 풀러튼의 한 식당에서 열린 조촐한 출판기념회에서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그 일을 돌아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7일 한국을 방문하는 그는 CBS TV ‘새롭게 하소서’ 등에 출연, 간증을 하고 여러 교회들을 순회하면서 자신이 체험한 강물같은 사랑을 나눌 예정이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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