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문학은 삶에서 우러난다

2009-08-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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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자 (수필가)

문학은 진실의 기록이다. 대충대충 임기웅변으로 세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치열하게 피나게 앞 뒤 옆을 돌아볼 새 없는 것이 문학이다. 정직하고 책임이 따라야하는 것이 세상사이듯 문학도 마찬가지다. 일상적인 삶에 충실하며 더불어 살면서 저 푸르른 들녘에 서 있는 한 마리의 학을 바라보는 경지이다.

넝마 같은 말장난으로 이권만 챙기는 글을 쓴다고 한탄하는 사람이 있다. 시인이랍시고 살살거리는 거짓말쟁이로 해서 시정신이 썩어간다고 시가 죽어간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발표하는데만 급급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시인, 언어를 치장하고 치장한 언어를 너울처럼 뒤집어쓰고, 춤추는 시인은 적어도 되지 말아야 하겠다.문학의 고독은 냉혹한 법칙이라 했다. 문학은 번영의 발전이 아니다. 끝없이 토해내는 진실이라고 했다. 문학은 끊임없는 싸움을 요구한다. 싸움의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자신도 모르는 말의 나열이나 자신의 학벌과 재산, 신상에 관해 자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민 문학가라고 시인이라는 데서 안주하지 말고 물러앉지 않으며 정직한 글, 책임있는 글로 맞이해야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작은 언제나 힘겹고 두려운 것이다. 문학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문학은 이민생활의 유일한 위로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삶에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미래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매순간 가까이 있는 즐거움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가치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는 시간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며 미래는 끝을 알 수 없는 상상속의 시간이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현재의 삶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좋은 문학은 삶에서 우러난다.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한다. 독서는 인격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람의 뒤에는
그를 위대하게 만든 책이 있다.

‘차와 문학’은 참으로 아름다운 만남이다. 차는 일단 앉아서 두 손으로 잔을 잡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심신을 찻잔 속에 담아 자아를 내려다보게 하는 것 같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 오고 가는 그 속에 모든 인생사를 담는 것이다. 문학도 많이 읽고 쓰고 또 쓰고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가 공부해야 하며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문학은 어느 날 갑자기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아는 진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빨리 빨리 문화가 익숙한 우리지만 희생과 책임감이 넘치는 여러분과 나는 해외동포라는 공동체이다. 이민생활의 경제적 자리를 잡기위해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 힘들게 여
기까지 왔다.

이제는 느림의 미학, 천천히 좀 더 천천하게 느슨하고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찻잔 속에 담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일상가운데 아주 작은 물방울, 컵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한 방울이다. 작은 것에 귀 기울여 함께 행복탐구에 눈을 돌려 문학의 위로를 받아보자. 문학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요, 울음과 웃음사이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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