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일의 8점 슛

2009-07-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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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민(영어 음성학자)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은 노력하면 또는 운이 좋으면 현재의 지위나 상황을 벗어나 성공하는 인생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미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반전이고 극적인 뒤집기가 이상이 될 수도 있다. ‘Baseball game is not finished until it is finished’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야구는 마지막 순간까지 역전의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미식축구에서 종료 직전 6점을 지고 있을 때 쿼터백은 긴 패스를 시도한다. 성공하면 역전이다. 농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점차로 지고 있는데 수초밖에 남아 있지 않다. 3점 슛을 시도한다. 골인이 되면 역전이다.

그러면 축구는 어떠한가?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코어가 3대 1이면 이미 끝난 것이고 2대 1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미 정해진 운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축구가 미국에서 뿌리 내리지 못한 설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최근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북한의 김정일이 농구광이란다. 규칙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골 가까운 곳에서 쏜 슛은 2점이지만 6.25 미터 거리에서 쏜 슛은 3점, 6.7 미터에서 쏜 슛은 4점, 종료 2초를 남긴 슛이 성공할 경우 8점을 대거 얻는다고 한다. 이 규칙이 흥미로운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과 정신을 함
께 하는 것이다.

북한이라는 집단의 운명은 운동경기로 보면 폐색이 짙어 보인다. 그런 마당에 그들은 핵무기개발에 전력투구 한다. 그들이 왜 핵무기를 고집하는지를 농구 경기에 대입해서 분석해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핵무기는 북한 지배세력에게는 김정일이 만든 농구의 8점 슛으로 현재의 위기적 상황을 반전 시킬 수 있는 그 네들의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런데 안 된 말이지만 그 8
점짜리 슛은 이미 골대를 많이 벗어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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