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개고기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2009-07-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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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취재 2부 차장)

복날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난하는 시위 소식이다. 올해도 초복을 기해(중복은 그냥 넘어간 것 같다) 한국문화원 앞에서 한 단체의 시위와 서명 운동이 있었다.

이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해답이 없다. 외국인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개고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이상 이에 대한 이슈는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개고기를 먹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라는 애견가들의 주장은 입증이 불가능한 지극히 주관적인 주장이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은 더더욱 아니다.


기자는 개를 워낙 예뻐하고 미국에서만 개를 7년 이상 키워 본 애견가이기 때문에 개를 사람과 거의 동일하게 대하는 심정을 잘 이해한다. 하지만 개고기를 먹는 것은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자신과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이 절대 아니다. ‘혐오감을 준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건 ‘의도적으로 혐오감을 주는 것’이 아니고 보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고래나 참 다랑어처럼 특정한 종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 행동도 아니다. 윤리적인 잘못을 못 느끼는 사람한테 윤리적인 비난(넌 잘못됐다!)을 아무리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기자는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기도 했지만 “어떻게 개를 키우는 사람
이 개를 먹느냐?”는 비난에 조금도 죄책감을 느낀 적이 없다.

그리고 “우리의 고유한 문화”라는 반박도 정말 하지말자. 이슬람 문화권에서 강간을 당한 여성이 가족들로부터 오히려 ‘명예살인’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여동생을 죽인 오빠가 “몸을 더럽혀 가족을 욕되게 한 여자를 죽이는 건 우리의 고유한 문화”라고 반박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개를 가족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문화’라는 주장이 정말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 정말 답답하다. 그냥 솔직히 맛있어서 먹고, 몸에 좋으니까(좋다고 하니까) 먹는다고 하면 된다.

다만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히 시정이 있어야 한다. 잔혹하게 개를 ‘때려잡는 행위’ 혹은 불에 그슬려 흉한 몰골의 개를 버젓이 시장 바닥에 늘어놓아 누가 봐도 혐오스런 광경을 연출하는 행위는 애견가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것이 당연하다. ‘동물보호’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닌 ‘먹거리로서의 개고기’ 문제는 낙태나 동성연애처럼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이슈, 혹은 신념을 갖고 싸울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고, 동포들끼리 언쟁할 주제도 못되는 것 같다. 몇 년 전 이 문제를 갖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생생해서 해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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