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 융자 조건을 강화 하는 이유

2009-07-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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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사람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라는 말을 자주 들었으나 요즘은 살아가는 방식이나 세대가 많이 변해서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말이 될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어린시절에는 시골에서 가끔씩 자라라는 놈을 접할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어린시절에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도 많지 않은 시절이라 이 자라를 가지고 놀았다. 이 자라는 고개를 몸속으로 잡아넣고 있으면 자라목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외부에서 자기를 공격하는 물체가 접근하면 갑자기 공격적으로 숙였던 고개를 들어내어 긴 목으로 공격하곤 하는 습관이 있다. 필자가 어린시절 이 자라에게 손가락을 물린 경험이 있어서 이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 자라에게 물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라모양의 솥뚜껑만 보고도 또 상처를 입을 가 봐 놀라게 된다는 말이다. 전기밥솥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옛날 투박한 솥뚜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으으로 이 말이 뜻하는 의미를 실감있게 못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1999년부터 은행의 융자조건을 완화하기 시작하자 은행 상품으로 혜성과 같이 나타나게 된 서브프라임이라는 상품은 미국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온 세계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며칠 전에 우연이 KBS 뉴스에서 한국 농촌 어느 할머니의 순박한 사진과 그 할머니가 우울하고 슬퍼하는 이유를 그 뉴스 화면에서는 MBS라는 글자로 설명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한국과 미국이 아주 멀게만 느껴지고 또 세계의 경제적인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월가(Wall street)가 머나먼 한국 농촌의 할머니의 생활에 그 다지 연관된 일이 없을 법도 하지만 현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아주 밀접하게 서로의 영향권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겨 주신 생명처럼 여기던 재산을 어떻게 만들어진 투자내용인지도 모르고 미국 월가에서 만들어진 MBS에 투자를 하게 된 할머니다. 투자를 안내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이었다. 유산으로 남겨준 할아버지의 얼굴을 어떻게 죽어서라도 볼 수 있겠느냐는 탄식의 얼굴이었다.


이 MBS(Mortgage Backed Security)는 은행에서 주택에 융자를 하여 주고 담보로 받은 저당권을 모기지 시장에 팔아서 자금을 확보해 다시 융자를 하여 줄 수 있는 자금 확보수단으로 활용해 오던 제도다. 이 하나하나의 저당권을 모아서 거대한 투자대상으로 만든 것이 MBS(모기지 유동화 채권)이다.

이 채권이 신용등급 기관에서 우수하게 평가를 받게 되는 연유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이 MBS에 투자를 하게 되었고 한국의 시골 농촌의 순박한 할머니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지고 전세계는 한 지붕아래서 콧노래를 부르며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으나 1929년 미국의 경제공황 이후에 융자조건을 강화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MBS라면 우리의 예상대로 안전한 투자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MBS가 인기 있는 투자상품으로 둔갑하자 MBS를 많이 만들기 위하여서는 점점 융자조건을 완화하게 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마침내 서브프라임이라는 상품이 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도 100% 융자를 허용하기까지 이르게 되자 주택매매는 활기차게 증가하게 되고 이 수요의 증가는 주택가격을 상승하게 하여 거품을 형성하게 된 셈이다. 이 거품은 쉽게 꺼지는 것이다. 40만달러에 분양되었던 주택이 20만달러 이하로 하락하게 되니 100% 융자로 만들어진 40만달러 저당권은 20만달러 가치로 하락 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저당권으로 만들어진 MBS는 더 이상 안전한 투자대상이 될 수가 없었고 침몰하는 배에 동승한 모두는 함께 몰락 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제 뼈저리게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융자조건의 완화는 다시 강화로 방향을 바로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되었다. 어느 한 고객은 50만달러에 해당하는 주택을 일차 모기지도 없이 소유하고 있는데 최근에 가지고 있던 HELOC(Home equity line of credit) 계좌가 취소되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융자조건 완화로 손실을 본 은행은 대출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자라에게 물려서 놀란 사람은 자라모양 같이 보이는 솥뚜껑에게도 놀라는 모습이다.

조셉 김 <뉴스타부동산 부회장>
(213)272-6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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