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공치사로 바쁜 뉴욕한인회

2009-07-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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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취재1부 부장대우)

제31대 뉴욕한인회가 출범한지도 어언 80여일이 넘었다. 불경기로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뉴욕한인사회 역사상 가장 많은 1만5,200여명이 투표권을 행사하며 최고의 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졌었기에 그만큼 뉴욕한인회에 거는 한인 동포들의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뉴욕 한인회장 선거 열풍이 뉴욕타임스에 기사로 실리고, 회장 당선 후 뉴욕타임스와 CNN 등 주류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뉴욕시의회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한인 동포들은 ‘주류사회내 한인사회 위상을 재확립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심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아주 컸었다. 허나 지금은 ‘오히려 그런 일들이 겉멋만 들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최소한 한두 번쯤 곱씹게 만드는 뉴욕한인회로 전락하고 있다.


나름대로 그 원인을 분석해본다면 아마도 선거 전후에 ‘뉴욕 한인사회 최초’란 의미 있는 타이틀을 앞세워 기록을 남긴 일련의 일들을 뉴욕 한인동포들이 함께 일궈낸 성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선된 신임 회장 개인이나 측근의 소수 몇몇의 역량으로 이뤄냈다는 성취감이 더 앞섰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고 뉴욕 한인 동포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사명감과 열정을 갖고 뛰어든 한인회 관계자들이 그간 흘렸던 땀방울과 수고가 아무 것도 아니었노라고 깎아내리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초반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며 뉴욕한인회의 역할이나 존재를 한인들로부터 빨리 인정받고 싶어 하는 조급함 때문에 때론 위험수위를 벗어나는 언행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스스로 깊이 되돌아봐야 할 점이다.

특히 한인사회 각 분야에서 이미 진행 중인 여러 일들에 뒤늦게 뛰어들어 돕겠다고 나서는 것까지는 좋지만 걸핏하면 뉴욕한인회의 이름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는 마치 자신들이 처음부터 주도해온 일인 것처럼 내세우려하고, 매번 한인회의 이름을 드러내지 못해 스스로를 높이며 공치사하는데 안달 난 모습만큼은 솔직히 들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욕한인회의 임기 2년을 인간 수명으로 80세의 인생이라고 가정하면 이제 겨우 10세(3개월)가 됐을 뿐이다. 뉴욕의 한인 동포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는 아이가 없다는 것도 알고 이해심과 속도 깊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뉴욕한인회가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어 안달 난 어린아이처럼 공치사하는데 급급하기보다는 뉴욕 한인사회와 한인동포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찾아 나서는 참된 봉사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출범 초기 큰 북을 울리며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빛나던 스스로의 모습에 취해있을 때는 분명 지났다. 지금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뉴욕한인회에 한인 동포들은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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