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매는 자연의 순리

2009-07-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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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수필가)

요사이 한국드라마 ‘장화홍련’을 보고 처음에는 왜 그런 고리타분한 재목을 부쳤을까 했다. 그런데 치매 걸린 어머니를 찾기 위해 헤매는 아들의 효심과 길을 잃어버린 치매 노인을 내 어머니같이 보살펴 주는 주인공의 따뜻한 손길은 물론 치매 노인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노력에서 드라마의 수준을 높이며 찐한 인간미를 느끼게 했다.

드라마란 원래 허구래도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며느리 입장을 나무랄 수 없는 현실에서 자칫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도 그런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심리상태를 잘 표현했듯이 치매 환자 돌보기가 그만큼 힘든 문제이고 그렇듯 뇌의 구조는 알 수 없는 미로로 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언젠가 남편이 뇌수술을 받고 나서 뇌 속을 점검하려는지 병원 긴 복도를 앞만 보고 걸으면서 양 편에 놓여 있는 화재방지(Fire Extinguisher)용을 손가락으로 지적하라 한다. 그 뜻은 뇌 구
조가 온전하면 모든 사리를 빨리 판단해서 대치하는데 나이가 먹으면서 곧잘 잘못 헛딛어 팔, 다리가 삐었다 부러졌다 하는 것은 실수가 아닌 뇌 속에 노화를 뜻한다고 한다.


요사이 매주 일요일마다 아는 노인 바바라가 날이 갈수록 어린애 같은 모자에 이상한 옷차림으로 교회에서 와서는 반갑게 인사를 한다. 2년 전만 해도 교회성가대에서 알토 파트를 완벽하게 했고 언젠가는 (1977년-1987년) 이 지역의 메어였다고 하는데 나이 팔순이 넘으면서 치매 증상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그녀의 남편은 그런 아내를 매주 교회에 데리고 오는데 그녀의 행동은 마치 어린애같이 동전 하나를 헌금함에 넣고 애들 같이 좋아하고 늘 보았던 우리를 보고 반가워하는데 알고 보니 전혀 우리를 기억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목사님 설교는 듣고 노래도 한다. 그런 바바라를 보고 한국인 목사는 서양 노인들은 치매에 걸리면 순진난만한 어린애로 돌아가는데 동양인 특히 한국인들은 한이 많아서인지 욕을 하거나 누군가 의심을 해서 싸우기를 잘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잘 아는 분의 어머니는 평생을 편안하게 부귀영화를 누렸는데도 치매에 걸리자 10대에서 50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혼란 속에 사시더니 어느 날부터 멀쩡한 딸보고 물건 훔쳐가는 도둑으로 취급을 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바람인 것에 비하면 미국사회는 그런 분들을 위해 그런 계획을 이미 마련해 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신앙으로 세워진 나라의 의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부모님 모시기는 자식으로서의 의무와 도리지만 좀 더 인간미가 흐른다면 연로한 부모와 같이 사는 것으로 효도와 의무를 다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들처럼 정부 또는 자식들이 그런 시설에 의탁하는 것도 본인은 물론 가정에 평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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