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있다

2009-07-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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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홈 아트 갤러리)

갑자기 자동차가 출발하면 몸은 뒤로 밀쳐지는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달리는 자동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으면 몸은 앞으로 휘어진다, 이런 힘은 관성(inertia)의 법칙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어떤 관성계에서 물체가 우연히 정지해 있지 않는 한 계속 등속직선 운동을 하며 정지해 있다면 영원히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이 뉴턴의 관성의 법칙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지구위의 관성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구가 움직이고 태양이 움
직이며 우주 전체가 다른 별들과 연관되어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분이 공상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우주여행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좌표계의 좌표 없이 그 넓은 우주 공간에서 어디가 동서남북인가? 동서남북 방향을 정해 놓은 것은 태양계 속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좌표계일 뿐이다. 은하계를 벗어나 태양을 본다면 태양도 조그마한 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가끔 기차 또는 자동차 여행을 할 때 철길과 자동차 도로가 나란히 평행선으로 함께 달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약 기차와 자동차가 똑같이 100마일 속도로 달린다면 자동차에서 기차를 바라볼 때 차창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옆 좌석에 않아 함께 달리는 느낌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똑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차 창밖의 속도 느낌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차 안에는 여인의 옆을 둥근 모자를 쓴 승무원이 1마일 속도로 천천히 걸어간다. 자동차에서 볼 때 승무원이 걸어가는 속도는 시속 1마일이다. 그러나 기차 밖에서 어떤 관찰자가 볼 때는 차창에 앉아있는 여인은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달리고 있으며 승무원은 시속 101마일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지구 밖에서 이 광경을 관찰자가 볼 수 있다면 기차 승무원이 걸어가는 속도는 더욱더 정확히 시속 101마일+지구가 자전하는 속도+태양을 공전하는 속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속도 또한 절대적이 될 수 없다. 속도는 좌표계와 관련하여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낳게 한 아인슈타인이 1909에 발표한 논문(물체의 관성은 에너지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에서는 어떤 관성계에서는 시간도 휘어지며 속도 또한 휘어진다. 어떤 물체의 에너지가 빛의 속도 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시간도 고무줄처럼 줄일 수 있다.

현대 물리학계에서 블랙홀로 유명해진 영국의 호킹서 박사에게 우주는 어떤 모양입니까? 하고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그는 연필을 손에 쥐고 설명했다, 이 연필을 앞면에서 관찰하는 자는 6각형으로 보일 것이며, 옆면에서 관찰하면 일자로 보일 것이다. 우리는 우주 밖에서 우주를 관찰하여야 우주가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우주 밖을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모든 사물은 관찰자가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그 형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파란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파랗게 보이고 빨간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빨갛게 보이는 법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잣대에 맞추어 자기 생각만 주장한다. 상대편 잣대에 맞추어 보라. 불평과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퇴옹(退翁) 성철 스님(1912-1993)은 말하기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것 밖에 진리가 따로 없느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山自山水自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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