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예견된 적발사태

2009-07-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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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 (취재 1부 부장대우)

“여름 성수기가 다 뭡니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죠 “
며칠 전 저녁시간 맨하탄 식당에서 만난 식품업계 종사자에게 ‘요즘 비즈니스가 어떤지에 대해 물었더니’ 대뜸 보인 반응이다.

요즘 식품업체, 봉제업체, 건설업체 등 업계를 막론한 뉴욕일원 한인업체들이 연방이민당국의 ‘불체자 고용주 단속’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달 초부터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실시하고 있는 종업원 취업자격증명서(I-9) 보관 유지에 대한 고강도 감사로 적발 한인업체가 속속 이어지면서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되자 일선 한인 업체들은 그야말로 납작 엎드린 형국이다.
그동안 팽개쳐 둔 증빙서류를 찾아내느라 밤새 사무실 구석구석 뒤지는가 하면 신분상 결함이 있는 종업원들은 단속반을 피해 당분간 출근하지 말도록 지시하거나 아예 해고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때 아닌 ‘인력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까지 잇따르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해당업체와 관련된 협회들은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다며 부랴부랴 긴급 모임을 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일부 업주들의 경우 수차례에 걸친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증빙서류 작성이나 보관에 소홀히 했고 직원 구하기가 어렵다며 신분을 크게 상관하지 않고 채용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단속에 대해서는 ‘설마’라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이번 기회에 한인 업소들의 이 같은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650개가 넘는 미전역의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당국의 이번 전방위 단속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업체들은 당국이 정해 놓은 규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고는 우리들의 주장이나 요구는 그만큼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고는 목소리도 작아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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