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비밀스런 단체

2009-07-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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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 (취재1부 기자)

취재를 하러 다니다 보면 ‘비밀스런(?)’ 단체들이 간혹 있다. 이런 단체들은 언론 담당자들에게 단체 내부사정에 대해 제대로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단체들 보다 취재하기가 배로 힘들다. 중요한 모임도 조용히 열고 나중에 사진과 보도 자료를 보내 ‘잘 모였었다’라고만 통보하며 언론을 ‘배제’ 하기 때문이다.

요새 담당하기 시작한 한 단체도 이렇게 ‘비밀스런’ 부분이 많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얼마 전, 이 단체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기사를 쓰고 간 적이 있다. 그날 따라 취재가 많아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취재 장소에서 우연히 한 복지단체 관계자를 만나 문제의 단체에 대한 소식을 들어 뒤늦게 기사를 쓰게 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어제 저녁 늦게 열린 그 단체의 모임에 우연히 자리하게 됐는데 임원진을 선출하는 중요한 자리더라”며 “근데 왜 기자들은 아무도 안왔냐?”며 기자에게 물었다.


보통 그런 중요한 자리라면 취재 요청서라든가 전화 연락을 받게 마련인데 이 단체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임원진을 선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요한 모임을 언론에도 알리지 않은채 왜 비밀리에 진행했을까 자못 궁금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쉬쉬하며 임원진을 선출했는 지 아직도 의문이다. 항간의 소문에는 이 단체에 내부 갈등으로 인한 내분 소지가 있어 비밀스런 모임을 자주 갖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단체 성격상 좋은 일 하자고 모였을 것인데 뭐 그리 비밀이 많은 지...

뜬소문에 불과 하겠지만 비밀이 많은 단체일수록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영어에서 언론을 ‘커뮤니티 왓치 독(Watch Dog)’이라고 표현한다. 커뮤니티의 각 부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각 단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켜보기 때문이다. 언론의 이런 역할 덕분에 재정이 부족한 단체가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문제의 단체도 커뮤니티의 한 부분인 이상 언론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밀스러움을 벗어버리고 커뮤니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면 분명 손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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