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앞마당의 무슬림들

2009-07-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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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롱아일랜드 한인회장)

매년 여름이면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의 경관이 아름다운 아이젠하워공원 호수가 옆에 해리 채핀 야외극장에서 ‘Summer Concert Series’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콘서트가 이어져 오고 있다. 매년 인도의 펀잡 사람들의 축제인 ‘Punjabi American Night’을 시작으로 총 48개의 공연이 8월 말에 ‘Tribute to Harry Chapin’로 마무리를 짖게 된다.행사가 낫소카운티 주최 행사여서 대개 카운티장과 정치인들이 참석하여 각 민족별로 추천을
받은 사람들에게 표창을 하고, 연설을 통해 격려를 하여 왔다. 자연히 행사는 간접적으로 정치인들이 손쉽게 유권자들을 만나는 장소가 되고, 횟수가 거듭되면서 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숫자를 보고 각 민족들의 참여도를 가늠하게 되는 정치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참가하는 18개 민족의 행사중에서 가장 큰 세개의 행사는 아이리쉬와 이탈리안 나잇이고 놀랍게도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파키스탄 나잇이다. 이 세 민족은 항상 파킹장이 모자라도록 공원을 꽉 채워서 공연자도, 주최측도 즐겁고 특히 공식행사에 참석하는 정치인들은 더욱 즐겁다. 그런데 문제는 왜 롱아일랜드에 많이 살고 있지도 않은 파키스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것일까 궁금했다. 한번 참석하여 프로그램을 보니 그렇게 대단한 출연자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퀸즈, 브롱스, 뉴저지, 커네티컷 등 온 곳에서 모두 몰려와서 히잡(무슬림 여인들이 쓰는 스카프)을 쓴 여인들과 남자들로 공원을 가득 메운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차츰 파키스탄 커뮤니티의 입김이 세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날 갑자기 카운티내에서 이들이 자주 아시안을 대표하게 되고, 모든 행사에 무슬림의 몫이 커지고, 사사건건 무슬림의 영향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너무 많은 무슬림 국가들을 아시안 문화유산의 달 행사에 상을 주려고 하니까, 올해는 소수민족부에서 회의도 한번 열지 않고 그냥 전체 수상자의 반을 무슬림으로 주고 말았다. 그뿐 아니라 웨스트베리의 Islamic Center(무슬림회당)는 많은 정치인이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다.

9.11이후에 단결된 무슬림들의 자신들을 옹호하려는 노력과 단결은 든든한 버팀목을 만들어냈고, 이젠 뉴욕지역에 80만의 무슬림인구를 자처하면서 정치권으로 깊숙히 파고들어 그들의 세력을 미국 정치권의 곳곳에 중요한 교두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무슬림들이 잘 모인다는 점이다. 단결된 소수는 항상 흩어진 다수를 이기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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