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자신의 생명은 가장 귀한 것

2009-07-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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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은 일생을 살면서 많은 일들을 만난다. 일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도 만난다. 일중에 가장 먼저 만나는 일은 출생이다. 태어나는 일만큼 본인에게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일을 축하해 준다. ‘귀 빠진 날’이라 하여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날로 여긴다. 하긴, 태어나는 일만큼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생명의 탄생에 그 귀중함이 있다. 태산보다 더 큰 다이아몬드가 있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생명보다는 더 귀하지 않다. 생명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된다. 수백 수천억의 재산이 있다 하더
라도 생명줄이 끊긴다면 그 재물은 모두 소용없다.

마이클 잭슨은 수억 여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다. 궁궐 같은 집도 있다. 그러나 그가 죽으니 재산은 그에겐 아무 가치가 없다. 죽으니 재산인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남은 사람들에게만 좋은 일 하는 것밖에 없다. 좋은 일이면 괜찮으나 재산 상속 문제로 가족들끼리 소송을 하여 싸움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에게 있는 귀한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그 생명을 가벼이 여기며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래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어떻든 자살은 해서는 안 된다. 자살하지 않고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분명히 길은 있다. 그 길을 찾아 해결의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자살하는 사람들은 있다. 이런 경우 그 행위는 ‘자살’이란 표현 보다는 ‘자결’이란 것이 어울릴 것이다. 조선이 일본에 넘어가는 시기 민영환은 ‘자결’을 하여 애국을 표시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일본에 아부하여 권력과 재물을 챙기려 했다. 그러나 소수의 애국지사들은 자결을 하여 나라의 망함을 슬퍼했다.최근 자살한 국민 배우 최진실. 성 상납 문제에 얽혀 고민하다 자살한 장자연. 가족의 뇌물 수수 비리로 고민하다 검찰의 소환을 받고 끝내 자신의 생명을 바위 밑으로 던진 전 노무현 대통령. 다 이유는 있다. 최진실의 경우 배우 안재환의 자살로 인한 그와의 돈 거래 문제가 그를 죽였다는 악풀이 그녀의 죽음에 큰 몫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술이다. 최진실은 자살 당시 많은 양의 술을 먹고 있었다 한다. 술이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켜 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러니 즉흥적인 오판으로 인해 우주보다 더 귀한 생명줄을 단 몇 분 만에 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 줄 아나 그것은 아니다. 죽어도 문제는 그냥 살아남는 것이다. 장자연의 경우는 여자 연예인들이 당하는 수치의 한계를 자신의 생명줄을 끊음으로 대변했다. 얼마나 어려웠고 수치스러웠으면 자살까지 했을까. 여자 연예인을 노리개로 삼아 돈이면 어떤 여자도 살 수 있다는 한국의 풍토가 쇄신되어야 할 것이다. 장자연 소속사 대표가 일본에서 잡혀 들어왔다니 그 후속 수사를 기대해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야권에서 정치보복이 그를 죽였다고 대변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생명은 끊지 말았어야 했다. 죽으면 당사자는 끝난다. 그러나 남아 있는 가족들은 평생 그의 죽음의 비통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이제 49재도 끝났다. 영혼이나마 저승에서 편히 쉬기를 바랄 뿐이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자살 시도 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본다. 생명과 가족의 귀중함을 죽음의 문까지 다녀 온 사람들이라 더 각별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다. 다시 생명을 되찾았으니 새 생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은 단 한 번의 기회로 출생해 이 세상을 살다 가는 것이다. 그러니 더 귀한 것이다.

한 번 태어나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좋은 만남의 연속이라면 그 출생은 더 귀하고 복된 것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극을 향해 갈 수 있다. 우주보다, 그 어떤 보석보다 더 귀한 생명. 그것은 타자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다. 그렇듯 귀한 보물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것이 귀한 보물인 줄 모르고 살아간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남을 사랑할 수는 없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남을 인정할 수는 없다. 남을 자신처럼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란 자신의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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