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시카고 미주 체전이 남긴 교훈

2009-07-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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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취재 1부 기자)

지난달 시카고에서 열린 미주한인체육대회는 27개 주와 도시에서 선수단 2500여명, 가족 700여명 등 3,200명이 모인 대규모 행사에도 불구, 주최측과 주관측의 갈등으로 파행으로 치닫는 불미스러움을 남겼다.

LA 체육회 출전문제가 발단이 돼 주최측인 재미대한체육회와 대회를 주관한 시카고 재미대한시카고 체육회와의 갈등은 급기야 폐막일인 28일 임시대의원 회의에서 장귀영 재미대한체육회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 퇴장당하고 시카고 체육회는 재미대한체육회 탈퇴선언까지 했다.이로 인해 종합성적 공식집계도 나오지 않은 채 미주체전 무효화 가능성까지 제기된 이번 사태는 스포츠를 통해 한인들의 화합을 다진다는 대회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반쪽 대회가 되고 말았다.
2박 3일 동안 본 대회를 취재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진풍경(?)들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모 체육회 임원진들은 실수로 선수단을 등록하지 않은 바람에 선수들의 개막식 입장은 물론이고 저녁식사 역시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식이 열리는 체육관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뒤늦게 개막식장에 도착하는 가 하면, 테니스 경기장에서는 한 선수의 출전자격을 놓고 주최측와 주관측의 관계자들이 해당 선수에게 실격과 경기속행이란 상반된 지시를 내리면서 시비가 벌어지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또한 모 대표팀 임원은 고교생 선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 여성 관계자에게 저속한 성희롱 농담을 건네, 이 여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등 대회 기간 내내 크고 작은 불미스런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밖에도 운영자들의 미성숙한 인격과 무책임함으로 한편의 블랙 코미디 못지않은 사건들이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속출했다.파행의 원인이 된 두 단체의 갈등도 문제지만 대회 운영진과 소속 팀을 대표하는 체육회 임원진의 볼썽사나운 언행들은 앞으로 성숙한 대회로 치르기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이제 갈등은 치유하고 유정의 미를 거두기 위해 관계자들이 마음을 비우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주 전역에서 대회장을 찾는 선수들과 가족들이 화합의 잔치 한마당에서 모두가 하나가 돼 한인 체육인들을 하나로 묶는 대회로 치러지길 바란다. 2년뒤에 열리는 2011년 오렌지 카운티 미주한인체전은 올해 대회의 문제점들을 거울삼아 보다 성숙한 대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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