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팝 황제의 가면

2009-07-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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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 (의사)

급작스럽게 사망한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과 추모 공연이 지난 7일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렸다 추모 식의 하이라이트는 11 살의 어린 소녀인 잭슨의 딸 패리스 마이클의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보내는 눈물겨운 추도사였다.
마이크를 잡고 “나의 아빠는 상상을 뛰어넘는 최고의 아빠였다. 나는 아빠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 라고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하다가 끝을 맺지 못하고 고모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흐느껴 울었다. 패리스의 추도사는 1963년, 총격으로 쓰러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세 살난 아들 존 F. 케네디 2세가 아버지를 향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거수경례를 했을 때 세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마이클 잭슨의 생전 모습이 무대 중앙스크린을 영상으로 화려하게 수놓았다. 현란한 춤과 몸짓으로 누비고 다니는 공연무대는 최전선의 격전지와 같았고 그의 몸은 마치 움직이는 화약고와 같았다

잭슨 화이브 라는 가족그룹으로 공연하는 어린 시절의 모습은 검은 피부에 납작한 코에 두툼한 입술은 정말 천진난만하게 맑아 보이는 어린 아이다.
장례식 끝날 무렵은 추모공연을 했던 인사들과 유족들이 모두 단상에 올라와 추모객들과 함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와 `모든 이들이 손에 손을 꼭 잡고 합창했다. 이 노래는 다시 한번 지구촌을 흔드는 듯한 감동을 연출했다. 마이클 잭슨은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팝의 황제’로 군림했으나 이 노래는 인종과 종교, 성, 문화배경의 두꺼운 벽을 깨뜨렸다.그리고 이 노래는 지구촌의 세계인들의 가슴을 적신 노래였다. 마이클잭슨은 최초의 전설적인
‘글로벌 스타’로 탄생된 것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사망 이후 앨범 판매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그의 불꽃같았던 삶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 후 그는 그의 명성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돈이 마법사처럼 그가 가질 수 없었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다. 송두리째 달아나버린 어린 시절과 들창코에 넓은 코, 검은 피부를 하얗게 표백시키고. 얼굴도 뜯어고쳐 자신의 외모의 열등감을 극복하려 했다. 이런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노력은 그의 삶도 함께 왜곡되고 비뚤어져 간다.


그가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한 장면에서 “ 진실한 당신은 누구입니까” 라고 물었다. 그는 한 10초간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정말 외로운 남자입니다 (“I am very lonely, man”)페인트를 칠한 듯한 하얀 피부에 짙은 화장을 한, 가면을 쓴듯한 그의 얼굴에 감출 수 없었던 것은 그의 눈에 가득히 고인 아침이슬 같은 눈물이었다. 긴장과 스릴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 속에서 그는 위기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의 천재적인 재능과 그의 인격은 기름과 물처럼 서로 결합할 수 없는 이물질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던 행복의 박탈감을 목마르게 보상받고 싶어했을 것이다.

1970-80년대 크리스토퍼 리브는 영화 ‘슈퍼맨’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빨간 망토를 두르고 시공 속을 나르던 그가 1995년 승마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전신이 마비되어 온몸과 머리를 휠체어에 묶은 채 살아가는 장애인이 되었다. 그는 불굴의 의지로 사투를 벌렸으나 결국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슈퍼 맨이나 슈퍼 스타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 그러니 너무 보통사람들을 뛰어넘은 슈퍼 맨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있을까? 밥 세끼 먹고 잠자고 화장실 가는 삶과 다를 것이 없다

팝 황제의 불꽃 같은 삶도 사라졌다. 이번 여름은 마이클 잭슨의 추모식이 끝났으나 팝 황제의 의문의 죽음으로 인한 이야기로 한동안 뜨겁게 달구는 열기가 식지 않을 것이다. 그의 죽음과 함께 팝 황제의 가면도 벗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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