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옥의 불길

2009-07-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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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1월 17일 새벽, 지리상 미국의 정 중앙에 위치한 캔사스 주 허친슨시의 새벽은 유난히도 춥고 스산한 가운데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 8시경, 인구 약 4만명 가량의 허친슨 시 중심부에 자리잡은 한 상가건물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하늘로 치솟으며 순식간에 그 건물을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린 후, 옆의 건물도 불길에 휩쌓여 타기 시작하였다.

그때 당시 그 건물에서 가게를 지키고 있다 겨우 목숨을 건진 종업원 콜린 버글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천둥과 같은 커다란 굉음과 함께 갑작스러운 폭발이었습니다.


그 다음 건물 천정의 타일조각들이 와르르 제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저는 비 오듯이 쏟아지는 그 타일 조각더미 속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묻혀 버렸었죠. 그리고 한참 후에 소방차 싸이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그 건물의 주인인 캐롤 프로스는 또 다음과 같이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였다. 제가 가게에 도착였을 때, 저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으며 제 눈에 들어오는 그 광경을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가게 건물은 산산조각이 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 땅속에서는 커다란 불기둥이 솟아오르며 강한 불길이 넘실거리는 것이 마치 지옥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처럼 보였습니다. 긴급하게 도착한 소방관들도 약 70피트 이상의 높이로 솟아오르며 강하게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보면서, 어찌 할바를 모른채 우왕좌왕하였다. 소방관들은 처음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가게의 종업원이 실내 히터를 켜다가 실수로 빚어진 그저 단순한 개스 화재 사고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 건물은 물론 주변의 모든 개스발브를 잠그고 난 후에도 불길은 조금도 변함없이 오히려 더욱더 활발하게 타오르자, 도대체 무엇이 이처럼 강하게 폭발하였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매우 혼란스러워 하였다. 죠- 팔라치오라는 당시 허친슨시의 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처음에 우리는 지하의 개스 배관에서 개스가 새어 폭발한 줄로 알았습니다.

그래서 개스회사에 긴급히 연락하여 메인 발브를 잠갔습니다.

그러나 밸브를 다 잠근후에도 불길은 더욱 더 거세어지고 그치지 않아 도저히 통제가 불가능하였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무언가 다른 크게 잘못된 원인이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허친슨시의 소방차는 물론 인근시의 모든 소방차 18대가 동원되어 땅속으로 부터 솟아오르며 타오르는 불길을 잡으려 하였으나 불길은 더욱 더 거세어지며 소방관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저녁때쯤 이번에는 시내의 발화지점에서 동쪽으로 수마일정도 떨어진 외딴 철길 옆의 공터에서 갑자기 개스가 주변의 소금물과 흙탕물에 한데 섞여 폭발하듯이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개스의 분출력도 강력하여 약 35피트 이상의 높이로 소금기 섞인 흙탕물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때에서야 시청 관리중 엔지니어 한사람이 도시 전체의 지하에 엄청난 양의 천연개스가 어디에선가 흘러 들어와 묻혀있는 것 같다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허친슨시의 주민들은 커다란 혼란과 공포에 휩쌓여 어찌할 바를 모른채 전전긍긍하며 마치 지옥과 같은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인 1월 18일, 이번에는 시외곽의 한 모빌홈 단지에서 세번째로 개스가 폭발하여 두사람이 사망하고 모빌홈 단지가 화염에 휩쌓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허친슨시 시장은 사고 발생지역의 반경 0.5마일, 또는 2마일내의 모든 주민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캔사스 주지사는 허친슨시를 비상 재해지역으로 선포하였다.

이제 허친슨시의 모든 주민들은 마치 지옥의 유황불과 같이 땅속으로부터 불시에 터져 나오는 개스 폭발이 언제 또 어디에서 발생할는지 전혀 모른채, 외로이 고립되어 커다란 혼란과 공포에 떨며 정부의 대책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키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310)968-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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