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소통이 중요한 이유

2009-07-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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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장애우들을 보면 굉장히 생각이 밝고 마음이 순수한 것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오히려 신체 건강한 정상인들을 볼 때 그들보다 훨씬 더 장애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장애우들이 가진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 특히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소통의 문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요즘 한국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 전체가 심각할 정도의 분열양상을 보이자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331억에 달하는 재산기부로 친서민, 국민통합, 중도강화를 위한 일종의 국민과의 소통에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자세다. 갈라진 민심이나 동향으로 보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소통이 안 되는 조직이나 사회, 국가는 희망이 없는 죽은 집단이다. 마음과 마음, 생각과 생각, 대화와 대화가 구성원들 간에 오고 가지 못할 경우, 그것은 병든 집단이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의견이나 생각, 제안 등에 귀를 기울이거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결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쩌면 소통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인간관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이 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지날 때가 많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편견과 아집 때문에 소통에 장애를 가져왔건만 그 것을 상대의 탓으로 여길 때가 많은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여야 국회의원들 사이에 일어나는 극심한 의견충돌도 결국 쌍방 간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초래되는 결과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소통이란 양자 간에 서로 주고받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즉 대화이다. 차도로 말한다면 양방통행이지 일방통행이 아닌 것이다. 무엇인가 내가 물었으면 상대방도 거기에 따른 답을 해야 하고 상대의 질문에 대해 나 역시 성실하게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다수의 힘을 빙자하여 일방적인 통행방식을 고집한다면 절대로 화합과 평화로 이끌어낼 수 없는 것이다.

인체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할 때 병이 생기고 마침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소통이 잘 안 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파괴와 파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국 곳곳에서 드러나는 첨예한 이념대립이 우려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서로 상대에 총 아닌 총을 겨누며 좌파냐, 우파냐, 친북이냐, 반북이냐 하는 전혀 불필요한 이념논쟁 때문에 가족 간에, 혹은 친구 간에 서로 싸우고, 등 돌리고 난리들이다. 한발씩 물러서서 서로 소통하며 합치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서로 자기주장만 옳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이 극한 대립은 조금치의 양보도 없이 편견과 아집으로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양상은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뭉쳐도 부족할 조그만 커뮤니티가 좌우로, 친 이명박이냐 반 이명박이냐, 친 노무현이냐 반 노무현이냐로 확연하게 갈라져 있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 한민족이 극복할 수 없는 편협한 민족성 때문인가? 아니면 정치적이든, 그 어떤 이해득실 때문인가? 이씨조선 때 사색당쟁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같은 대 환란을 당한 근본적인 까닭도 실은 조정의 신료 양반들이 치열하게 벌인 정쟁의 결과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수도 한양이 왜군의 말발굽으로 유린을 당할 때 왕과 양반들은 북으로 피난을 가고 결국 보다 못한 백성들이 궁궐로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든 사건 등은 우리나라 역사의 숨길 수 없는 비극적 단면이 아닌가?

구한말 때는 친청파, 친일파, 친미파, 친러파, 친독파 등으로 조정의 대신들이 분열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가 패망위기에 놓이지 않았던가? 역사는 그 역사를 모르는 무지한 자들에게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만약 북한의 김정일정권이 붕괴되고 북의 종주국으로 행세해오는 중국이 이북을 접수하겠다면 어찌할 것인가? 북한의 핵 개발을 구실로 일본은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려고 한반도의 정세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오늘의 이런 국제정세를 보면서 우리는 과거 민족 간의 소통부재로 나라가 패망위기까지 갔던 불행한 역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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