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한 휴식

2009-07-07 (화)
크게 작게
강천성 (시인/요리사)

호텔의 기원은 라틴어로 호스피탈레로, 순례 또는 참배자를 위한 숙소를 뜻한다고 한다. 중세시대 수도원이 순례자들을 위해서 이런 일들을 했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지금도 각종 수도원이나 절에서는 손님을 받게 되는데, 손님에게 베푸는 자비는 이웃에게 베푸는 사랑을 이야기한 예수나 부처의 대자대비나 그리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21세기는 서비스업종의 시대라고 할 만큼 수많은 업종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여행자에게 쾌적함을 주고 내 집처럼 편안하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는 호텔 가운데 하나로 파리의 리츠호델을 꼽는 이가 있다. 여기서는 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들어 준다는 철칙이 있다고 한다. 손님이 그날 아침 알래스카산 가재요리를 저녁식사로 먹고 십다고 요구하면 전세기를 띄워서라도 가재를 배달해오
는 손님을 철저하게 왕으로 모시는 봉사정신에 있다. 동북부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들 중에서 캐나다와 뉴욕 그리고 뉴잉글랜드,보스톤으로 여행오는 고국방문단이 내가 일하는 호텔에 많이 다녀가곤 한다. 개인적으로 일일이 인사드릴 수는 없었지만, 간혹 특별한 부탁이나 도움을 청할 때가 있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우리 한인들을 만난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물론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십여년 일을 하던 직장을 떠나서 본의 아닌 실업수당을 받고 있기는 해도 미국 경제의 힘이 나를 어느 직장으로 불러 주든 오직 감사할 뿐이다. 집에서 쉬고 보니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이 스쳐가곤 하는데, 직업에 관련되었던 일들 중에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여러 인종과 다양한 문화권에서 이민온 사람들이 어우러진 직장에서 기호나 입맛 만큼 까다로운 것이 없다. 그래서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자장면같은 피자 한 조각에도 여러가지 조리법과 요리의 재료가 다르다. 이탈리아 피자에는 초록색 바질의 쌉싸름하고 향긋한 향기를 가미한 올리브오일로 톡특한 맛을 내고,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료로는 오징어, 땅콩, 죽순, 생강, 약간의 신선한 채소, 딸기등을 토핑하고, 지역 특색에 맞는 재료를 쓴다. 또 하와이언 피자에는 파인애플과 햄을 곁들이기도 한다.

포르투칼에는 새의 간을 재료로 한 ‘사냥꾼 피자’가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피자소스에도 약간의 간장소스를 곁들여 주거나, 김치와 불고기를 토핑하면 우리 입맛에 맞는다.맛을 내는 일에서도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 있어야 하고 어떤 직업이든지 손님의 최대의 행복을 위해서 모든 것을 준비하는 철학이 있다. 불과 100여년전 만 하더라도 우리들은 하늘을 날으는 법을 잘 몰랐다. 이제 우리는 우주에 호텔을 지으려 하고 우주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의 입맛에 맛는 음식을 개발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