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여름방학 잘 보내자

2009-07-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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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방학이다. 초·중·고·대학 모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 있다. 학생들은 긴 여름방학을 맞아 많은 계획들을 세워놓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낼까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여 용돈을 벌어볼까 등등. 학부형들은 그들대로 자녀들의 방학을 맞이해 많은 생각들을 할 것이다. 자녀들에게 유용한 방학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일 등등.

어릴 때 여름방학을 맞아 외할머니 댁에 간 생각이 난다. 외사촌들과 어울려 맛있게 찰옥수수 먹던 일. 마당에 멍석 깔아 놓고 누워서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던 일. 잠자리채를 만들어 고추잠자리 잡으러 다니던 일. 우물에 있는 미꾸라지 잡던 일. 보리밥에 금방 따 온 고추를 된장에 찍어 맛있게 먹던 일.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그리고도 걸어서 여러 고개를 넘어야 당도했던 외할머니 댁. 방학만 되면 그렇게 외할머니 댁에 가는 것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시골. 밤이면 반딧불 잡으러 뛰어 다니며 따라 다니던 외사촌 누이들. 지금은 모두 어머니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듯 그 때만 해도 방학이면 낭만이 있었다.


미국에서 방학을 맞이한 한인가정들의 자녀들. 고국에 대한 낭만을 갖고 한국을 방문한다. 고국의 산천을 둘러보며 고국에 두고 온 친지들과 친구들을 만나 보기도 한다. 또는 대학에서 실시하는 여름 캠프에 참여해 한국말을 익히며 고국의 풍습과 얼을 마음과 가슴에 새기기도 한다. 아주 유익한 방학 보내기다. 미국의 여름방학 중에는 많은 종교기관에서 여름학교를 실시한다. 2주에서 4주 혹은 6주까지 실시하는 곳도 있다. 여름학교는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 부모와 같이 있어야 되는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종교기관이 그들을 돌보아 주는 곳이 되기 때문이다. 돌볼 뿐만 아니라 교육도 시켜주고 한글도 가르쳐 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만만치 않아 고국 방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교회나 사찰 등 종교기관에서 실시하는 여름학교에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름학교를 실시하는 종교기관들이 주의할 것은 있다. 캠프를 하거나 수영장에 갈 때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도록 학생들을 돌보아 안전사고가 없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자녀들에게 유익한 여름방학을 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가족들이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것도 있다. 휴가를 가지 못한다면 가족이 함께하는 짧은 캠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가족이 함께 주말마다 산행을 한다거나 바닷가에 나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며 수영을 하는 것도 좋겠다. 이것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우쳐주는 한 방법이 된다.

미국은 겨울방학은 짧고 여름방학은 길다. 긴 여름방학동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습관과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다. 놀려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방학이란 공부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는 새로운 경험을 쌓는 기회이기도 하다. 반면 여름방학은 탈선의 기회도 될 수 있으니 부모들의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부모는 각별히 자녀들의 여름방학 보내기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자녀들을 무방비상태로 놔둔다면 좋지 않은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를 돕는 일 혹은 보충수업을 받는 일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하여 자립심을 키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느 친구의 자녀는 틈틈이 용돈을 챙겨서 여름방학이 되면 다른 나라 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본다. 여행만 다녀오는 것이 아니다. 그 곳의 대학에 등록해 한 달 동안 그 나라 말을 배우고 온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도 하고 그 나라 말을 익혀서 공부에 도움도 된다.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지혜로운 방법이다.

여름방학 중 자원봉사 단체에 등록하여 봉사를 하는 것도 유익하다. 우리 주위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많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자원하여 돌보며 무엇이 인생의 가치인가를 깨닫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이번 여름방학을 통해 새롭게 변화되는 그런 기회의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보자. 그리고 안전
무사하게 건강이 더 좋아지도록 운동도 많이 해보자. 8월 말까지 계속되는 여름방학.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아주 뜻있고 보람된 여름방학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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