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트위터(Twitter)를 하십니까?

2009-07-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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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 (취재2부 차장)

트위터(Twitter)의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트위터는 실시간 메시징과 웹을 결합한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로 많게는 수십만 명에게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몇 주 전 타임지의 표지 기사로 등장하더니, 이란의 시위 사태에서도 젊은 시위자들 간의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외신이 화제가 됐다. 소비자들의 최첨단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인이라면 아이러브 스쿨이나 싸이월드가 출현했을 때의 열광적인 반응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트위터에 관한 경제 기사를 쓰면서 기자는 당연히 휩쓸렸어야 하는 어떤 사회 현상으로부터 소외된 것 같은 약간은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아마도 40대라는 나이 그리고 이민자라는 두 가지 조건을 가진 한인이라면 비슷한 소외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보다 젊은 나이 혹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인이라면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도 가입하지 못했는데 이보다 더 첨단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하고 발전하는 디지털 문화를 언제까지 허덕대면서 쫓아가야 하는지, 얼마나 끊임없이 자신을 ‘업데이트’ 시키며 살아가야 하는 지 갑자기 피곤해진다. 한편으론 이 모든 ‘소셜 네트워킹’이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싸이월드에 들어가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왜 이 사람이 점심에 무슨 요리를 먹었는지, 이 집 애기가 유치원에서 무슨 노래를 불렸는지 알아야 하나 싶다. 트위터는 한 수 더 떠서. 친구로부터 ‘나 방금 일어났어’, ‘나 브런치 먹어’, ‘지금 수업 듣는데 저 교수 여전히 지루해’ 라는 등의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뜬다(물론 스마트 폰을 반드
시 휴대해야 하는 말이지만).

그냥 맘 편하게 무시하고 살라고 충고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기에는 명색이 기자라는 직업이, 그리고 미디어를 전공했다는 것이 목에 걸린다. 뭔가 뒤처지고 트렌드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 어쩔 수 없이 드는 것이다.아마도 더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지금 당장 트위터에 가입한다면 “과연 누구와 ‘트위트’를 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트위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팔로잉(following)’이다. 이 기능을 통해 수백, 수천 명과 실시간으로 교류한다. 과연 뉴욕에서 나와 (당연한 말이지만 영어로)트위트를 할 한인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독자분들은 얼마나 되십니까?)

눈부시게 발전하는 디지털 네트워킹 기술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 집단을 동시대 주류와 더 멀어지게 하는 면이 있지 않은지 한번 연구해 볼 주제인 것 같다. 마이스페이스나 트위터 보다는 여전히 ‘싸이질’에 몰두하고 있는 한인들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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