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신사임당과 미셸 오바마

2009-07-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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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국에서 최근 새로 발행된 5만 원짜리 최고액 지폐에 실린 초상의 주인공은 신사임당이다. 그런데 이를 결정할 때 여성계가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임당의 현모양처 상이 현대여성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나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생각이라고 반박하고 싶다. 우리나라 역사에 신사임당 같이 훌륭한 여성상이 어디 또 있는가. 물론 대단한 여성이라 하면 유관순이나 논개 같은 인물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신사임당은 어떤 면으로 보아도 최고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신사임당은 조선제일의 현모양처로 유약한 남편을 바른 길로 인도하였으며 자식들을 훌륭히 길러낸 어머니였고 뛰어난 화가이자 시인, 그리고 소문난 효녀로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명성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아들 율곡을 조선중기의 대표적인 학자로서 일찍이 임진왜란이 발발할 것을 예견하고 십만양병설을 임금에게 주창할 정도의 훌륭한 인물로 키워냈다. 남편에 대한 내조나 자녀양육에 관한 연구 분석, 그리고 실천, 나아가 자기 계발에 있어서 너무
나 부족한 이 시대 여성들과 너무도 상이하다.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선 잠시 생각하고 참기보다는 곧바로 부딪치거나 심지어는 배우자를 학대하기 까지 하며, 그것도 넘을 경우 쉽게 가정을 떠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자녀양육도 바른 인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1등을 해야 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은 진정 무엇이고 가족의 안정이나 행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는 사치와 허영에 들떠 외적인 모양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다.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여성들이 시대가 바뀌었다고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변해도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시대가 바뀌면 당연히 같이 변해야 한다지만 그렇다고 가정관과 가족관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않아 보인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여성임에는 변함이 없을 터이고 아무리 이민생활이 힘들고 어려워도 가정을 지켜야 함이 여성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볼 때 이를 방관하거나 포기하는 자세는 바람직한 행위가 아닌 것이다.

이 시대 여성상의 변화는 경제력이 좀 있다고 배우자를 우습게 보거나 자녀양육을 소홀히 하면서 자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아니면 경제생활에 열심히 참여하라는 것은 아니다.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남편을 잘 내조하며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기 커리어에 몰두하거나 취미, 혹은 특기를 잘 살려 나갈 때 그 여성이 지닌 가치는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의 능력도 물론 탁월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부인 미셸의 탁월한 내조가 더 많은 역할을 해 왔고, 또 영부인이 된 지금도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의 패션감각은 세계를 리드할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 아름다운 여성으로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것은 그녀가 자신은 물론, 현대여성이 잃기 쉬운 여성의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남편을 성공시켰고 아이들도 잘 양육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미셸의 자서전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란 책을 보면 그가 이 시대 최고의 여성이 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노력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당당함, 현모양처로서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는 특별한 자세로 어느 한 부분도 부족함이 없는 여성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을 알 수 있다. 노예의 후손으로 흑인 남편을미국의 대통령으로 만들고 백악관의 안주인이 된 것은 그녀의 현대적인 현모양처 식 생활 자세가 가져온 결과이지 결코 프린스턴과 하버드 로스쿨이라는 최고의 학벌
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기생으로 알려진 논개는 남편이 임진왜란 때 전투에 나가 싸우다 전사하자 적장이 벌인 승전파티에 기생으로 자원, 적장을 강가로 유인해 양 손에 반지를 낀 손으로 적장을 끌어안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당시 19세 어린나이에 보인 이 기개와 배짱, 의협심이 얼마나 가상한가. 요즘 같은 세상에도 과연 이런 국보급의 가치를 지닌 여성들이 있을까?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내 앞에 놓인 본분만이라도 충실히 이행하는 그런 현모양처 상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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