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군주(君主)의 도(道)

2009-06-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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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영 (포트리 한사랑교회 목사)

L.B. 존슨 대통령은 대통령 연두교서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의 가장 어려운 과제는 옳은 것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 가를 아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에 대해서 어찌하여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며 무엇이 옳은 지를 파악하는데 전심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얼마전 전국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대학가를 흔들었다. 시국선언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의 전면적인 국정 기조 쇄신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취해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왜냐하면 시국선언에 참여한 숫자만을 운운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 말로 정권 핵심부의 안이한 시국관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하면 이것은 정부가 민심을 정확하게 읽지 않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는 것이다. 단 한명이 했다고 해서 무시해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왜 그들은 시국선언을 해야만 했는지 그 깊은 속내를 읽어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요즘 이명박 대통령에 소통에 대해 관심을 좀 갖는다고
들린다. 일단의 제스처가 아니기를 기원한다.


한국은 누구의 나라인가? 이명박 정부와 청와대 참모들만의 나라가 아니다. 그럼에도 왜 위정자들은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가?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지금 멍들고 있다. ‘화합과 통합’이란 민심은 실종된 채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갈등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대학교수들이 잇따라 낸 시국선언의 핵심 내용은 민주주의 후퇴다.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이(李珥)는 그의 율곡집(栗谷集)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금은 위엄이 없음을 걱정말고 공정하지 않음을 걱정해야 한다 공정하면 밝고 밝으면 위엄이 그 가운데 있기 마련이다.’ 왜 국민들이 대통령을 폄하하여 부르는가? 그 이유는 대통령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
다. 대통령이 일부 특정 세력만을 품고 있을 때 대다수 국민들은 등을 돌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그 임금을 알려거든 먼저 그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려거든 먼저 그 아들을 보라. 임금이 현성(賢聖)하면 그 신하가 충량(忠良)하고 아버지가 인자하면 그 아들이 효성스러운 법이다(욕지기군 선시기군 욕지기인 선시기우 욕지기부 선시기자 군성신충 부자자효)’ 라고.
대통령은 우선 간신이 아닌 충신을 골라 참모들로 채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민심의 향방을 정확하게 읽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천하는 군주 한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에 삶을 이어받은 만민의 천하이다. 그러한 천하의 이득을 천하 만민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군주라야 천하를 얻을 수 있다(육도삼략)’고 한 강태공의 명언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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