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웃어?

2009-06-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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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빈(교도소 심리학자)

웃으면 복이 들어온다든지 웃음은 건강이 좋다는 말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농담과 유머와 코미디는 우리 삶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웃음이란 과연 무엇이며 우리는 왜 우스운 일에 웃으며 무엇이 웃음을 웃음으로 만드는 것일까. 웃음소리는 입을 통해서 나오는 소리이므로 거기에는 음성학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대담중의 웃음은 대체로 말 문장의 끝에 오는 것을 착안하여 웃음의 기원은 청각 속에 있는 일종의 ‘웃음탐지기’의 작용에 있을 것이라는 간주가 있다. 이 탐지기가 웃음을 탐지하면 신경조직과 두뇌와 후두와 폐에 자극을 보내고 결국엔 웃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웃음에 전염성이 있다는 말은 바로 그래서라는 것이다.

웃음은 표현인가 혹은 반사작용인가 하는 질문이 있다. 어린아이에게 간지럼을 태워 아기를 웃게 하는 예를 우리는 알고 있다. 좀 지나면 아기는 간지럼을 태우는 시늉만 해도 웃는다. 이런 때의 간지럼은 촉각적인 간지럼이 아니라 일종의 심리적인 간지럼(Psychological Tickle)이다. 모든 웃음은 이와 같은 심리적인 간지럼에 대한 반사작용이라고 더러는 시사한다. 그런데 사람이 정말로 우스워서 웃는 예는 모든 웃음의 2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가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슬플 때 웃는 사람이 있고 화가 났을 때 웃는 사람이 있다. 만날 때도 웃고 헤어질 때도 웃고 실수했을 때와 어색할 때에 우리는 웃는다.


비웃는 웃음, 놀리는 웃음, 인사대신 웃는 웃음이 있고, 싱거운 웃음, 혼자서 웃는 웃음, 눈으로 웃는 웃음이 있다. 연설하는 사람은 음식에 양념을 치듯 웃음을 섞어가며 연설을 한다. “왜 웃어?”라는 질문은 심각한 시비의 시초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과 같이 사람의 웃음도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은 것 같다. 간지러워서 웃는 아기의 웃음에서부터 남이 골탕을 먹는 이야기로 배꼽을 잡고 웃는 어른들의 웃음이 있으니 말이다. 세상사람이 듣고 우습다고 웃는 모든 유머에는 한가지 무서운 공통점이 들어있는 것 같다. 그 유머 속에는 한결같이 남이 망하는 이야기, 손실과 손해를 입는 이야기, 어떤 불행을 맞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남이 잘되거나 이득을 보거나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결코 우스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심리학에서는 두 가지의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하나는 불행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불행한 이야기를 유머로 나눔으로써 불행에 대한 경고와 회피의 길을 제공한다는 점이요, 다른 하나는 우리의 생존경쟁의 치열함은 우리 속에 남이 잘 되는 것을 싫어하는 의식을 심어 준다는 해석이다. 무엇이 우리를 웃게 하든지 간에 웃음 자체의 중요한 상징은 기쁨과 즐거움이다. 웃지 못할 일을 가지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은 능력이요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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