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정있는 사회로 돌아가자

2009-06-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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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 (정신과 전문의/한미문화연구원장)

20세기 후반에는 혁신적인 기계문명인 컴퓨터 발전이 가속을 달렸다. 이 컴퓨터의 출현이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우리생활에서 컴퓨터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사람들은 어떻게든 편하게 사는 데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육체노동 아닌 두뇌노동 까지도 좀 더 쉽게 하고 싶은 까닭이다.현대인들은 점점 컴퓨터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더하다. 가끔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전화를 한다. 자기 아이가 컴퓨터 앞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밤에 컴퓨터 게임하고, 누구와 채팅하고, 심하면 학교도 안 간다. 가족들과 시간은 잘 해야 식사시간 뿐이라는 것이다.

요즘 의사들도 환자의 모든 기록을 컴퓨터로 하기 시작했다. 즉 두뇌운동과 손으로 하게 되는 필기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용하고 내 뜻대로 부리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 부리는 방법을 터득하려면 무척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환자 기록을 컴퓨터화 하기 시작한지 3년이 지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쓰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컴퓨터를 완전히 쓸 수 있게 마스터 한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매우 힘든다. 자기한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만을 배워서 쓰는 수밖에 없다. 컴퓨터와 씨름하다 보면 자연히 정작 신경을 많이 써야 될 환자와도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컴퓨터뿐이 아니고 모든 정보 기술용품들은 인간의 두뇌가 하던 많은 일들을 대치하고 있다. 가장 괴로운 것은 회사 일수록 전화했을 때 컴퓨터가 대답하는 것이다. 정말 통하지 않을 때가 많이 있어 답답하기 그지 없다.
하다못해 컴퓨터도 감기에 걸린다.(바이러스 감염). 기생충에도 걸린다(worm 침범). 사람들은 컴퓨터나 핸드폰과 지내는 시간이 계속 늘어나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직접적인 대면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때로는 컴퓨터가 잘못해도 컴퓨터를 믿고, 우리네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 일도 생기고 있다.

물론 컴퓨터 덕택에 편지로 주고받던 소식 교환의 번거로움이 줄고 비싼 장거리전화를 피할 수 있어 친구들과 더 자주 연락할 수 있게 된 장점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두뇌를 완전히 대치할 수는 없을 것이고 컴퓨터와 사람이 감정을 주고받을 수는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컴퓨터라는 기계에 좌우되고 밀려나고 직접적인 대인관계가 심하게 희박해지게 된다. 그리되면 결국 인간의 감정이 무디어지고 인간성이 점점 말살되며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세상이 오게 된다.

몇주 전 뉴욕타임스에는 초 고등두뇌(Super Brain)의 컴퓨터가 2045년에 개발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컴퓨터도 사람의 지혜로 만드는데 그보다 더 높은 지혜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기 힘든다. 컴퓨터의 지혜를 인공지혜(Artificial Intelligence)라 하여 인간의 지혜와 구별한다.
이 초 고등두뇌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만든 컴퓨터 끼리 작업을 해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것인지 상상도 못하겠다. 소름이 끼치는 뉴스다. 지금도 사람들이 이미 컴퓨터한테 끌려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런 기계가 나오면 인간성이 어떻게 될지 환히 보이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인간성이라는 것이 완전히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초 고등 두뇌가 나와서 인간성을 말리고 인류를 멸망으로 몰기 전에 컴퓨터나 기계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세상 , 그리고 인정있는 사회를 다시 되 찾아야 된다.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인정 나누는 길을 가르쳐주고 인간의 도리를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모두가 낭만주의 운동의 기수가 되어 단군의 개국 이념인 ‘인내천(人乃天)’ 즉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사상과 부처의 가르침 ‘모든 사람, 각 개인이 부처다’ 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이 세상과 우리네 인생을 살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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